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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프리즘] 집 짓는 이의 마음

2018-06-12기사 편집 2018-06-12 17: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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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몇만 원 하는 구두 한켤레를 살 때도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며 신어보고 발에 잘맞는지 디자인은 세련됐는지 신경을 쓴다. 백만 원이 훌쩍 넘는 가전제품의 경우는 더 신경을 쓴다. 브랜드의 신뢰도를 꼼꼼히 따져보고 함께 사용할 가족들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요즘엔 인터넷상에 가득한 이른바 '구입후기'를 읽어보기도 한다. 가전제품보다 훨씬 더 비싼 자동차를 구입할 땐 가격에 비례해서 더 많은 발품을 들인다. 주변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하거나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은 기본이다. 차종이 결정됐어도 색상과 선택사양 등 때문에 매장을 방문하면서 길게는 수개월씩 고심해서 마지막 결정을 내린다.

내돈을 들여서 무언가를 구입한다는 것은 기쁨이면서 한편으로는 선택의 과정이기도 하다. 구두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은 잘못된 구입에 대한 위험이 크지 않고 혹시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하자가 있더라도 그 손실은 보통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하지만 가격이 점점 높아지면 문제가 달라진다. 2000여만 원이나 들여 자동차를 구입했지만 가죽시트의 비닐도 벗기기도 전에 고장을 일으킨다면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가끔씩 이런 문제 때문에 소비자와 제조사 간에 분쟁이 생겼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하고 유사한 경우에 처한 주변사람을 보기도 한다. 결국 어찌어찌해서 해결을 하지만 값비싼 물건일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평생을 살면서 구입하는 것들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은 당연히 주택이다. 집을 사는 쪽에서는 지금까지 모아온 거의 모두를 투자해서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짧으면 수년 혹은 평생을 준비해서 내 집을 마련한다. 사람들은 집을 사면서 단순히 상품으로서의 가치 이상의 무엇을 기대한다. 집은 좁게는 가정을 유지시켜주고 넓게는 사회를 건강하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그런 이유로 다른 상품과는 달리 국가가 나서서 주택의 건설과 공급은 물론 그에 수반되는 금융, 조세 등에 대해 때로는 통제의 방법으로 때로는 부양의 방법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나의 직장생활은 집을 짓고, 팔고 하는 과정이었다. 긴세월 동안 집과 관련된 온갖 업무를 하면서 건물과 공간을 가리키는 물리적 의미의 '집'이란 단어는 '가정'이나 '가족'과 동의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IMF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많은 가정이 해체됐지만 그래도 저녁에 온가족이 모여 서로의 체온을 나눌 수 있는 집을 지킨 가정은 어려움 속에서도 해체의 아픔을 피해 나갔다. 전직장에서 보금자리주택업무를 담당했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가족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따뜻한 밥을 함께 먹는 공간이 있을 때 건강한 가정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가정이 모여 사회를 이룬다는 점에서 본다면 집을 짓는 것은 곧 사회의 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거대한 신도시를 건설한 후에 느끼는 보람도 대단하지만 소중한 가정을 지켜주는 작은 집 한채를 꼭 필요한 가정에 공급했을 때 오히려 더 뿌듯했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도 더 크게 다가 왔었다. 주택과 관련된 업무로 나름 전문가 행세를 하는 필자가 내린 결론은 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품고 있는 간절함과 정성을 집을 짓는 사람도 느껴야 한다는 점이다.

드디어 갑천 3블록 아파트를 시민여러분께 공급하게 됐다. 모든 직원이 탁월한 입지와 첨단의 시설을 갖춘 최고의 주택단지를 공급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입지나 시설을 자랑하기에 앞서 집을 공급하는 입장에서 대전도시공사는 집이 필요한 분들의 간절함을 채워드리고 그 마음을 이해하는 자세로부터 갑천친수구역 사업에 임하고 있음을 전해드린다. 유영균 대전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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