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학연구원이 개발한 설진기. 정면과 측면 카메라와 깊이 카메라, 간접 조명장치로 구성된다. 환자가 직접 자신의 혀 위치를 볼 수 있도록 LED 화면도 있다.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한국한의학연구원이 개발한 설진기. 정면과 측면 카메라와 깊이 카메라, 간접 조명장치로 구성된다. 환자가 직접 자신의 혀 위치를 볼 수 있도록 LED 화면도 있다. 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제공
"혀는 심의 기관으로 여기에 오장이 분포하고 있다. 심의 본맥은 혀뿌리에, 비의 낙맥은 혀 옆에 연결돼 있다. 간맥은 생식기를 따라 올라와 혀뿌리에 이어져 있고, 신의 진액은 혀끝으로 나온다. 심·비·간의 세 경맥에 사기(四氣)가 적중하면 혀가 말려 말을 할 수 없게 되고 심열이 있으면 혀가 터져서 헐고 비가 막히면 눈처럼 흰 백태가 생긴다. 이것이 혀의 병이다."

동의보감 외형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 선조들은 혀의 상태를 관찰해 병을 진단하기도 했다. 설진기는 이같은 선조들의 지혜에 첨단기술을 가미해 만든 온고이지신의 사례다.

12일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은 3차원 디지털 영상으로 혀를 촬영해 건강상태와 질병을 진단하는 설진기가 보건산업 분야 우수성을 인정받아 보건신기술(NET)로 인증됐다고 밝혔다.

보건신기술 인증제도는 기업이나 연구기관, 대학 등에서 개발한 신기술의 우수성을 인증함으로써 신기술의 상용화와 기술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2007년 도입됐다. 인증기준은 △선진국보다 우수하거나 동등하면서 상업화 가능한 기술 △기존제품 성능을 현저히 개선하거나 제품 생산성·품질을 현저히 향상시키는 기술 등이다.

연구원 미래의학부 김근호 박사팀이 개발한 `설 영상 측정장치`는 앞으로 3년간 NET 마크 사용, 기술개발자금, 국가기관 및 공기업 신기술 이용제품의 우선구매 혜택 및 국내외 기술거래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존의 설진 장치는 직접 조명을 이용해 2차원 영상을 획득한 후 혀와 설태의 색깔을 분석한 반면 3D 설진기는 혀의 색깔, 모양, 깊이, 두께 등 기하학적 지표를 측정해 혀의 균형 상태를 3차원 영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 혀의 정면과 측면 격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혀의 전후좌우 위치에서 정확한 촬영이 가능해 재현성과 진단의 정확도를 높였다. 수면이상, 배변장애, 소화 불량과 같은 증상을 혀 촬영을 통해 예측할 수 있으며 기존의 혀 진단 기술보다 정확도와 재현성이 대폭 향상된 점이 우수성으로 꼽혔다.

김근호 박사는 "보건신기술 인증으로 설진기가 임상에 보다 널리 보급돼 건강증진과 질병치료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의학연은 설진기 이외에도 지난해 12월 일회용 부항기 보조장치를 한방분야의 보건신기술(NET)로 인증받았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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