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칼럼] 체질과 만성피로 증후군

통증과 마찬가지로 `피곤하다`, `피로하다`고 느끼는 것은 심신이 압박을 받고 있어서 휴식을 취하고 싶고, 어떠한 조치를 취해 위험으로부터 지켜달라는 신호다. 이러한 신호를 자꾸 무시하다 보면 심신에 뚜렷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대체로 피로감이 1개월 이상 지속되면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좋고, 6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피로로 보고 있다.

만성피로의 주요 증상으로는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피로감이 지속되는 경우, 매사에 의욕이 없고 불만이 팽배하며 사소한 일에 쉽게 짜증을 내는 경우 등이 있다. 만성피로의 원인은 신체적인 질병이 직접 작용하는 경우와 정신적인 문제로 생기는 경우가 있으며 특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로와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한방에서는 만성피로를 몸의 원기와 음양기혈의 균형이 깨져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점점 쇠약해지는 허로와 지나친 운동, 노동, 일 등으로 기력이 약해지는 노권상, 스트레스로 인한 칠정상 등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체질별로 원인과 증상이 차이가 있다.

기허인은 몸이 잘 붓고 무거움을 느끼며 활동력이 떨어지는 체질로서 지나친 노동이나 일로 인해 체력 자체가 떨어지는 경우다. 이러한 체질은 한꺼번에 빨리 많은 양의 업무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조금씩 천천히 나누어 일하고 운동도 가볍게 하도록 한다. 양허인은 몸이 냉하고 추위를 잘 타는 체질로서 특히 여름에는 냉방병을 주의하고 배탈 설사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기허인과 양허인은 수분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하루에 2리터 마시기`와 같은 것을 무작정 따라하면 몸이 더 붓고 무거워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심리적 부담감을 내려놓고, 자신의 리듬에 맞게 미리 준비하고 천천히, 꾸준히 해 나가는 생활방식을 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몸이 건조하고 신경이 예민해지기 쉬운 혈허인과 열이 많은 음허인은 꾸준히 수분을 섭취하고 특히 노심초사하며 조급해지고 분노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조급증은 얼굴에 기미와 처진 주름을 생기게 하며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폭식을 하다가 비만이 생길 수 있고 각종 성인병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혈허인과 음허인은 승부욕이 강해 스스로를 더 조급하게 하는 심리적 압박감이 문제가 된다. 쉽게 뜨거워졌다가 쉽게 식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그것을 편하게 받아들여 열심히 집중해서 일하고, 확실하게 쉬는 것이 좋다.

체질에 맞지 않는 식습관도 만성피로의 원인이 되므로 자신의 체질을 잘 알고 그에 따른 생활방식을 실천하면 만성피로의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체질별 원인과 증상에 맞게 침구치료와 한약치료로 기혈음양의 균형을 잡아주면 심신의 안정과 건강도 다시 회복하게 된다. 권경인 경인한의원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