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칼럼] 의료기관 인증평가 편법

의료기관 인증평가는 1주기(2011-2014년)와 2주기(2015-2018년)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 3주기 평가가 진행될 예정이다. 의료기관 인증평가는 의료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4년 주기로 시행되고 있다. 정신의료기관과 요양병원은 의무적으로 인증 평가를 받아야하며, 병원급 의료기관은 자발적으로 인증을 받고 있다.

그러나 병원 현장에서 의료기관 인증평가는 `보여주기식 인증평가`나 `눈속임 평가`로 전락됐으며, 오히려 의료의 질을 하락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이대목동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됐을 뿐 아니라 감염관리 분야 51개 항목 중 50개에서 기준 이상을 충족했거나 관리체계가 구축돼 있는 병원으로 평가됐다.

사실상 의료기관 인증평가는 평가기간에만 해당 기준을 통과하면, 4년간 인증 받은 병원으로 등록된다. 이에 많은 의료기관들은 인증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인증기간이 다가오면 병원의 입원 환자를 내보내거나 수술이나 검사를 대폭 줄여 부족한 의료인력 수를 맞추는 꼼수를 부린다. 또한 3교대로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이 평가 기간에는 전부 출근해 평소보다 인력이 많아 보이게 눈속임을 하기도 한다.

의료기관 인증평가는 간호사들의 업무를 과중시키며 사직률을 높이는 원인이다. 평가 항목 중 수백개에 이르는 것이 간호에 해당하는 것이며, 간호사들은 행정업무는 물론 환경미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인증을 위해 신경을 써야한다. 인증평가 항목의 대다수가 간호사들의 지식 수준을 평가하는 것으로, 병원 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인증 멤버`가 존재한다. 인증 멤버는 평가기간동안 평가팀과 만날 수 있도록 Day 근무만을 하며, 근무가 끝나면 모여서 인증 항목을 외우고 공부해야 한다. 또한 간호사들은 인증기간동안 창틀을 닦거나 풀뽑기, 페인트칠 등의 환경 미화 활동에도 동원된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인증 기간만을 위한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하며, 인력기준을 필수 평가항목으로 지정하는 등의 획기적인 개선을 요구했다. 또한 개선이 없다면 3주기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기관 인증평가는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과연 기본적인 의료 인력의 수를 갖추지도 못한 의료기관에서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을 논할 수 있을 것인가. 정부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인력기준에 대한 필수 항목 지정 및 현실성 있는 인증 기준 마련 등을 통해 실효성 있는 인증평가 제도를 구축해나가야 할 것이다. 김지현 대전대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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