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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내 몸의 마을길 만들기

2018-06-11기사 편집 2018-06-11 17: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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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정일규(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 동산 만들어.' 어릴 적부터 동네 스피커를 통해 매일 듣다보니 귀에 익어버린 새마을 노래다. 관주도 운동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도박, 음주와 같은 폐단을 없애고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내부적인 자각과 마을 단위의 노력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평가해야 한다. 마을길을 넓히는 것은 경운기나 트랙터를 위한, 즉 기계영농을 위한 인프라구축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몸에도 물자공급의 측면에서 이러한 인프라를 개선시키는 좋은 방법이 있다. 바로 운동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의 수는 무려 10조개이다. 이 세포를 위한 도로망에 해당하는 것이 혈관이다. 이 도로망은 심장을 중심으로 상·하행선이 있다. 동맥이라는 하행선은 개개의 세포에 산소나 영양분과 같은 물자를 공급하는 도로이고, 정맥이라는 상행선은 세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나 요산과 같은 대사산물을 수거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걷거나 달리는 운동을 할 때 이 도로망에 유익한 변화가 나타난다. 심장에서 바로 나온 큰 동맥(대동맥)은 고속도로에 해당한다.

마치 택배차가 먼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가정집까지 소포를 배달하기 위해서 먼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과 같다. 물론 이 도로에는 혈액이라는 차량이 다니고, 이 차량이 운반하는 가장 중요한 물자는 산소이다. 이 택배차는 산소 이외에도 혈당이나 여러 영양물질, 호르몬 등을 운반한다.

이 차량이 고속도로의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면 여러 갈래의 국도에 들어선다. 바로 소동맥에 해당한다. 또 계속해서 국도에서 달리다 보면 지방도로로 접어든다. 이는 세동맥에 해당한다. 그런데 집의 위치가 고속도로나 지방도로의 바로 옆에 있다고 해서 택배차량이 도로에서 집으로 직접 물건을 전달하지는 못한다. 집(세포)까지 들어가는 도로의 입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소지까지 물건을 배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방도로에서 마을길 어귀로 접어들어야 한다. 즉 마을길을 통해서만 집까지 물건을 전달할 수 있다. 이 마을길이 모세혈관이다.

이 모세혈관이라는 좁은 마을길을 통해 산소와 같이 생명과 직결되는 물자가 모든 주소지에 빠짐없이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몸 안의 마을길은 총연장이 무려 12만km나 된다. 즉 지구를 두 바퀴 반이나 돌 수 있는 거리이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이 도로망이 개선된다는 점이다. 그 하나는 고속도로에서 지방도로까지 도로사정이 좋아진다. 이는 동맥의 탄력성이 좋아진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마을길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근육세포 하나 당 모세혈관의 수가 3-4개 정도이지만, 지구성 종목의 운동선수에게서는 근육세포 하나 당 4-7개까지 발견된다. 이에 따른 가장 큰 이점은 조직세포까지 훨씬 물자를 잘 공급하게 된다. 특히 산소의 공급이 더욱 순조롭게 된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한 결과 이전 보다 같은 운동을 해도 훨씬 숨이 덜 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산소를 보다 효율적으로 수송하고 이용하는 능력이 좋아진다. 이러한 유산소 능력이 개선되면 같은 운동에 대해 전보다 젖산과 같은 피로물질이 적게 생성된다. 신체적으로 단련되지 못한 사람은 산소를 이용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젖산을 더욱 많이 생성시킨다. 이 젖산이 운동하는 근육에 쌓이면서 근육의 피로를 초래하고, 이것이 혈액 중으로 많이 흘러나오면 전신적인 피로를 유발시킨다. 또 인체가 이 젖산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량의 이산화탄소가 생성되기 때문에 숨이 더 가빠지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내 몸의 산소수송시스템은 얼마나 마을길이 잘 나있느냐에 달려있다. 이 마을길을 새로 내는 유일한 방법은 내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숨이 가빠지는 운동을 경험할수록 내 몸 안에서는 마을길을 새로 내고 넓히는 인프라구축 작업이 활발해진다. 운동하는 습관이야말로 내 몸을 위한 진정한 새마을 운동이 아닐 수 없다. 정일규(한남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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