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사회를 지향하는 민주주의의 중요함을 역설했던 사회철학자 칼 포퍼의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공화국입니다. 우리 국민들 모두 동의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단지 제도로 규정되어 있다고, 형식적인 선거만 치른다고 제대로 이뤄지는 것일까요?

민주주의는 규정된 제도이지만 동시에 부단히 진행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는 유화로 완성된 그림이 아닌 수만 개의 여러 가지 돌, 유리조각, 석회 등을 짜맞춰 가는 모자이크라 할 것입니다. 국민들이 민주주의에 대해 의식하고 지향하지 않으면 그 모자이크는 한폭의 그림이 되지 못하고 알아보기 힘든 색의 나열이 될 것입니다.

과거 1919년. 수많은 정치 갈등을 겪던 독일에서 민주적 선거에 의해 바이마르 공화국이 수립되었습니다. 유럽 최초로 제약 없는 여성의 투표권과 참정권을 보장하고.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정당결성의 자유를 보장했던, 지금 봐도 선진적인 정치, 선거 제도를 가진 나라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국민들은 사회민주당, 독일인민당 등 민주주의 질서에 입각한 정당들에게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민주정당들은 만성적인 정치자금 부족에 시달린 반면 극우, 극좌 정당들은 적극적으로 불법을 저지르며 각종 군수, 철강 대기업들에게 불법 정치 자금을 지원받고 대규모의 돈을 뿌려 일부 극단적 계층의 시민들의 열광적 지지를 이끌어 냈습니다.

1930년대 이르러서는 나치당이 18%, 공산당이 13% 득표율를 얻을 정도로 성장했으며 이에 사회민주당 및 가톨릭 중앙당 등 기성의 민주정당들은 극단적 정당들로부터 민주주의 질서를 지키려고 애썼지만 국민들은 이들을 지지해 주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극단적 세력들은 국민들의 정치적 불신과 감정적 고양 속에서 세력을 서서히 불려갔으며 마침내 악법인 수권법이 통과되고 1933년 아돌프 히틀러가 내각 총리 자리에 오르면서 독일은 민주주의 질서는 종말을 맞게 됩니다. 이후 총통 자리에 오른 히틀러를 필두로 나치세력은 단적인 인종정책, 군수진흥정책 등으로 국민들을 선동하며 바이마르 공화국 체재를 일소하고 독일을 파멸로 몰아갔습니다. 훌륭한 정치제도, 선거제도를 가진 바이마르 공화국이었지만 국민들의 참여적 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한 투표가 없던 결과 히틀러를 중심으로 한 나치에게 몰락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왜곡된 의식에 의한 투표에 의해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잘못된 세력이 들어선 사례는 독일 외에도 많습니다. 20세기의 그리스,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도 이런 과정을 겪었습니다. 대한민국도 시민들이 정치에 대해 의식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비판적 의식으로 투표하지 않으면 우리의 정치 제도도 이렇게 어지러워 질 수 있습니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바로 40여년 전 우리나라도 과거 올바른 의식이 없는 투표로 유신정권을 만들어 낸 일이 있습니다.

올바른 민주주의 사회는 한 순간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올바른 고민을 거친 투표를 통해 서서히 다듬어집니다. 칼 포퍼는 민주주의는 틀에 불과하며 그것의 진짜 미래는 수많은 국민의 행동으로 이룩되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개인들의 참여가 꾸준히 사회제도를 지원해야 민주주의를 사회의 틀이 올바르게 성장하며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지요.

6. 13. 지방선거는 한국 민주주의라는 모자이크 붙임을 단순한 색나열이 아닌 시민 민주주의라는 한폭의 그림으로 만들어 가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입니다. 소중한 의지를 품고 6. 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참여합시다. 정관희 서산상공회의소 의원, 서산사랑클럽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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