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29일, 에콰도르는 생물해적행위 국가로 우리나라를 지목 발표한 바 있다. 자국의 유전자원을 정당한 절차 없이 무단 반출해 특허를 신청했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 한국과 함께 생물해적국가에 포함된 미국, 독일, 네덜란드, 호주 등 5개국 특허의 무효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한달 뒤인 7월 22일, 페루 반생물해적위원회는 자국 유전자원인 사카잉키에 대한 특허를 중국에 출원한 사례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역시 자국의 고유 식물을 정부허가 없이 가져가 특허를 신청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자국의 생물인 마카, 야콘, 사카잉키 등과 관련된 세계 특허를 검색 추적해 15개의 사례를 적발했고, 유럽, 일본과 함께 한국을 지목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어떤 점을 시사하고 있는가?

1990년대 들어 다양한 국제적 환경변화들이 이뤄지는데, 생물자원 즉 유전자원 이용 관련된 중요한 국제협약이 채택된다. 바로 1992년의 `생물다양성협약`이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생물자원의 소유국가에 그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석유나 철광석과 같은 지하자원을 보유한 국가에 그 소유권이 있다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따라서 타국의 생물을 이용하려면 소유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한 세부 규정들이 10여년의 지리한 논의와 협상 끝에 2010년 `나고야의정서`로 출현하게 되었다. 이 의정서에 따라 외국의 생물을 이용하려면 해당 국가의 허가를 받고 들여와야 하며, 이 자원을 활용해 얻은 이익의 일부를 해당국에 나누어줘야 한다. 이러한 체제에서의 외국 생물자원 이용자는 원가상승, 로열티 지급 등으로 인해 추가 부담이 당연히 따르게 된다. 앞에 언급된 에콰도르와 페루에 의해 생물해적국가로 우리가 지목된 이유는 나고야의정서에 규정된 절차에 따른 정당한 허가 없이 도입한 결과 빚어진 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이런 불명예를 자초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외국 생물자원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당국의 법률과 절차를 잘 따져봐야 한다. 국가별로 정해진 규정과 절차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정보는 해당국 연락기관이나 CBD 사무국(www.cbd.int/abs)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먼저 해당국의 지정된 `국가연락기관`을 통해 해당 생물을 관할하는 `국가책임기관`을 안내받고, 생물자원 도입에 필요한 신청서와 관련 서류들을 접수해 신고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청서에는 도입할 생물의 명칭과 수량, 이용 목적과 기간, 연구결과의 활용 조건, 상업화 여부, 이익의 배분 조건 등이 일반적인 기재항목으로 구성된다. 이때 필요한 주요서류가 이익을 어느 수준에서 서로 분배할 것인지를 정하는 상호합의서이니 신중하게 작성해야 한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고 책임기관의 승인을 받을 경우 해당생물이 적법하게 이용가능하다는 내용의 증명서를 발급해줄 것이다. 이 증명서를 발급받은 후에는 비로소 해당 자원을 우리나라에 가져와 연구나 개발에 떳떳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증명서를 받고 외국생물을 국내에 도입한 경우 이 사실을 우리나라의 `국가점검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생물해적이 아닌 적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외국 생물을 도입했음을 국가에 알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국제 분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생물이 풍부한 나라 즉, 중국이나 동남아 등으로부터 자원을 도입하려는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생물부국들인 네 나라에 현지 해외생물소재센터(www.ibmrc.re.kr)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 센터의 경우 2007년부터 운남성 쿤밍에 설립 운영 중이며, 남미거점은 코스타리카, 인도차이나 거점은 베트남, 동남아 거점은 인도네시아 등에 두고 각 센터들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 생물을 외국인이 가져가려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절차가 적용된다. 이런 규정들 즉, 나고야의정서가 올해 8월이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필요로 하는 생물자원을 관할하는 과기정통부 등 `국가책임기관`에 해당자원 수입에 필요한 신청서와 관련 서류들을 접수해 신고를 해야 한다. 국내의 중요 자원일 경우 승인을 거쳐야 할 수도 있다. 신청서 작성과 절차 등은 위 기술내용과 유사하다. 우리 국민들이 올해 8월 이후 주의해야할 점은 외국생물을 연구용이나 상업용으로 국내에 수입한 경우 반드시 우리나라의 `국가점검기관`에 신고해야 한다는 점이다. 적법한 규정에 따라 외국 생물을 도입했음을 국가에 등록해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정들이 생명공학 분야 연구자나 산업계 이용자들에게 불편하고 까다로운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외국 생물을 이용하려는 경우에도 외국 어디에서 구입해야하는지, 어디에 신청서를 내야 하는지, 어느 곳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등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고 돌발변수를 줄여가야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필요성을 인지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나고야의정서 대응을 위해 생명공학 분야 산학연 연구자에게 필요한 전문적 지원을 위해 ABS연구지원센터(www.abs.re.kr)를 6년 전부터 운영해오고 있다. 앞으로 우리 모두 유의해야할 점은 외국의 생물을 무단으로 채취해 국내반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생물 즉, 외국여행 중 흔히 접하는 야생의 이름 모를 풀이나 나무, 신기한 곤충, 물고기 등은 모두 주인이 있는 자원이며, 이들을 국내로 가져오는 것은 해적행위와 같다는 사실이다. 요즘에는 생물해적이라 불린다. 그만큼 국제적 환경이 이미 달라졌고 생물을 석유나 다이아몬드처럼 중요한 자원으로 여기는 세상이 된 것이다. 장영효 한국생명공학연구원 ABS연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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