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연극제 in 대전

오는 15일, 대전에서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의 막이 오른다. 전국의 16개 시·도를 대표하는 연기자들이 모여 경연을 펼치는 대한민국 연극제는 해외 초청공연과 부대행사도 더해진 국내 최대규모의 연극축제다.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시립연정국악원 등에서 진행될 이번 연극제는 16일 스페인 해외초청팀의 작품 `앨리스와 보이지 않는 도시`로 시작해 매일 한 팀의 공연이 진행되며 내달 2일 대전 대표팀 `새벽`의 `아버지 없는 아이`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부대행사로는 이순재, 장영남, 이선영, 최주봉, 손숙, 최종원 등 17명의 배우들의 토크콘서트가 대전시립미술관 야외특설무대에서 오후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진행된다.

스페인 초청 공연 `앨리스와 보이지 않는 도시`는 루이스 캐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자유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우리 모두가 갖고 있었지만 자라면서 잊었던 신비롭고 상상 넘치는 세상을 현재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영상, 음향효과, 공간구성, 마스크 및 인형 등을 활용해 작품을 구성했다.

오는 17일에 열리는 충북대표팀 `늘품`의 공연 `회연(그리움의 소리)`은 일제강점기에 고향 청주를 떠나 북간도로 떠난 이주민들의 이야기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청주에서 충석을 그리워하며 기다리는 설령과 고향 청주와 설령을 그리워하는 충석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어 전북 대표팀 `둥지`의 공연 `기억을 담그다`는 350년 된 씨간장을 두고 펼쳐지는 가족의 이야기다. 주인공 대철은 노모에게 당장 씨간장을 팔자고 설득에 나서지만 노모는 절대 팔지 않겠다고 대립한다. 19일 경남팀 극단 `예도`의 작품 `나르는 원더우먼`은 날지 못하고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주인공 `희숙`과 소녀들을 다뤘다. 돈을 벌어 가난을 이기고 꿈을 이루고자 시내의 버스회사 차장으로 취직한 희숙과 함께 다른 소녀들은 서로의 꿈을 격려하며 첫사랑의 설레임도 키워나간다.

다음날 예정된 울산 대표팀 `푸른가시`의 공연 `더블웨딩`은 아버지가 30년간 지켜왔던 카센터를 이어받고 집안의 가장으로서 결혼도 포기한 채 억척스런 삶을 사는 `현자`가 주인공이다. 치매 증상이 심해지는 엄마를 끝까지 곁에 두고 모시고 싶어 하지만 오빠들은 엄마를 요양병원에 모시고 가족들이 함께 살던 집을 처분할 것을 주장한다. 오누이간에 벌어지는 대립과 갈등 끝에 급기야 여동생 현자의 출생의 비밀마저 밝혀진다.

인천팀 극단 `십년후`는 작품 `신포동 장미마을`을 무대에 올린다. 신포동 장미마을 사람들은 한 동네에서 오래 살아온 까닭에 너나없이 잘 아는 사이지만 시들한 경기 탓에 맥이 빠져 있다. 그러던 어느날 재개발을 주도하던 최여사는 집으로 외지인이 찾아온 이후 주민회의에도 불참하는 등 달라진 태도를 보인다.

광주팀의 공연 `아버니와 나와 홍매와`는 오는 22일 예정돼 있다. 이 공연은 암말기의 아버지와 그를 돌보는 어머니, 또 그의 자식들의 감정을 담은 따뜻한 가족이야기 이다.

오는 23일 무대에 오르는 작품 `귀양풀이-집으로 가는 길`은 제주 대표 극단 `이어도`의 작품이다. 주인공 정순을 태운 상여가 마을 언덕을 넘다가 꼼짝하지 않고, 이때부터 정순의 과거장면과 꿈속장면이 펼쳐지면서 정순을 데려가려는 원혼들의 이야기와 제주 4·3때 겪은 수난과 고초가 나열된다. 결국 마을 언덕에서 귀양풀이가 펼쳐진다.

서울팀의 극단 `가변`의 공연 `검정고무신`은 고무신 공장을 경영하는 김원량과 그의 수발을 드는 오씨, 그리고 콩점네를 둘러싸고 펼쳐진다. 공장 일꾼들은 김원량의 임금체불과 착취에 급기야 고무신 재료를 훔쳐다 팔게 되고 그 누명을 오씨가 쓴다. 그때부터 시작되는 오씨와 주인공들의 비극이 시작된다.충남팀 극단 `당진`의 공연 `아비`는 전 재산을 기부하려는 아버지와 이를 막기위해 나서는 자식들의 슬픈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는 26일 전남팀 극단 `선창`의 작품은 앞서 진행될 광주 극단 `청춘`의 공연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와 동명의 작품이지만 서로 다른 스토리로 진행된다. 몸이 아픈 아버지와 그 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또 다른 사연을 가진 가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두 팀의 공연을 비교해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공연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는 대구 대표 극단 `한울림`의 공연이다. 대우조선은행 폭파사건을 둘러싼 식민지 조선의 슬픔이 감옥 안을 가득 체울 예정이다.

부산팀 `누리에`의 작품 `그림자의 시간`은 1989년, 일본에 의해 장악한 조선에 단발령이 내려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림자의 시간 속에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지난 시간을 강렬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경기도팀의 공연 `농토`는 극단 `예지촌`의 작품으로, 댐 건설과 함께 곧 수몰될 동네에 살고 있는 소작농 돌쇠와 며느리 점순네의 삶이 담겨있다. 다음날 이어지는 강원 대표팀 `소울씨어터`의 공연 `만주전선`은 1943년 만주로 온 조선의 젊은 청년들의 사랑과 우정, 그들의 현실인식과 역사의식을 통해 지난 세월이 이 땅의 젊음과 오늘을 사는 우리 청년들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경북 대표팀의 작품 `막차 탄 동기동창`은 사회로부터 추방당한 전직 대학교수 김대부가 혼자 살고있는 별장에 소외당한 무지의 장사꾼 `오달`이 찾아오며 시작된다. 그러던 중 이웃에 사는 대졸출신 미모의 처녀무당이 나타나 대부와 오달의 마음에 조그만 파문이 인다.

마지막 대전팀 극단 `새벽`의 공연 `아버지 없는 아이` 식민지시대의 한 어촌 바닷가 여관 `영원`에서 폐병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 최자영과 주인아들인 윤을 사랑하는 여관여급인 반쪽 조선인 카오루, 도박빚으로 쫓기는 삶을 살고 있는 투숙객 정수훈, 모던걸이 되고 싶어하는 딸 청조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한 무기력한 지식인의 표상 아들 윤의 이야기이다. 서지영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지영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