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경 개인전

크리스마스의 연인_162×130.3cm_Acrylic on canvas_2018
크리스마스의 연인_162×130.3cm_Acrylic on canvas_2018
그 하얀 집은 언덕 위에 서 있었다. 근처에는 나무들이 있었고, 멀리 푸른 언덕들도 보였지만 그 집의 독특한 매력은 주변과 동떨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 있었다. 아름다운, 기이할 정도로 아름다운 집이었다.

(아가사 크리스티, `꿈의 집` 중)

아가사 크리스티의 초기 단편소설 `꿈의 집` 속 기이할 정도로 아름다운 집을 만날 수 있는 박수경 작가의 개인전이 대전 모리스갤러리에서 오는 28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열린다.

`꿈의 집`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초기 단편소설이다. 주인공은 꿈속에서 늘 하얀 집 앞에 서있다. 커텐이 드리운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집을 두고 그는 늘 그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잠에서 깨곤 한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매혹적이지만 정신병을 앓고 있던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역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는 병원에 누워 늘 꿈꾸던 하얀 집을 본다. 그가 하얀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현실에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그를 어떻게든 살려보려 한다. 그러나 결국 그는 하얀 집의 문을 열어 집 안에 발을 들여놓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박수경 작가는 행복을 위해 죽음을 택한 주인공의 결정 때문에 이 짧은 소설에 복잡한 생각들로 빠져있다. 이 소설은 한 사람의 죽음과 그가 바랬던 간절한 어떤 것, 외로운 집착, 행복, 사랑 등이 풀기 힘들게 서로 얽혀있다. 소설속의 그는 꿈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 죽음을 택했다. 작가는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하얀 집에 들어가서 그는 행복했을까`에 대한 궁금증과 여운을 아가사 크리스티의 또 다른 소설 `비뚤어진 집`과 `크리스마스 살인`을 재구성 해 작품으로 표현했다.

박수경에게 있어 화면 전반을 지배하는 색조는 중요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설 `꿈의 집`을 떠올리게 하는 흰 색조가 전체 화면을 감싸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나 탁자 위의 장식들, 아이의 옷이나 벽에 걸린 그림 등 다른 색을 띄고 있는 사물도 있지만, 모든 사물들은 마치 흰 빛에 감싸인 듯하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꿈의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또 작가는 마그리트의 작품 속에서 조금씩 어긋난 상황처럼, 자신의 작품 속 이미지들도 서로 맞지 않는 생경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를 강화하기 위하여 그림 속 마그리트 작품에도 자신의 방식으로 작은 변형을 줬다.

소설 속에서 관심 받고 싶어 했던 아이에게 숨겨진 순수한 잔인함은 작업에서 한 사람으로서의 불안함과 외로움, 사람의 부재로 이어진다. `욕망,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에서 할 포스터가 말했듯 인형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다.

박 작가는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허무함과(마치 마그리트의 작품 `헛된 노력`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은 묘한) 무기력함이 작업을 통해 나에게도 능동적인 어떠한 형태로 반사되길, 그리고 우리 각자가 꿈의 집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 찾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며 "나 역시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의 소중함, 내가 진심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을 생각해 보며 나만의 꿈의 집을 간직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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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날_60.6×72.7cm_Acrylic on canvas_2018
크리스마스날_60.6×72.7cm_Acrylic on canvas_2018
선물_91×116.7cm_Acrylic on canvas_2018
선물_91×116.7cm_Acrylic on canvas_2018
사랑하는 이에게_1_50×50cm_Acrylic on canvas_2018
사랑하는 이에게_1_50×50cm_Acrylic on canvas_2018
겹쳐진 시간 3_130.3×162cm_Acrylic on canvas_2018
겹쳐진 시간 3_130.3×162cm_Acrylic on canvas_2018
겹쳐진 시간 1_194×130.3cm_Acrylic on canvas_2018
겹쳐진 시간 1_194×130.3cm_Acrylic on canvas_2018

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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