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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공간에 담긴 기묘한 행복

2018-06-11기사 편집 2018-06-11 14: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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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경 개인전

첨부사진1겹쳐진 시간 1_194×130.3cm_Acrylic on canvas_2018
그 하얀 집은 언덕 위에 서 있었다. 근처에는 나무들이 있었고, 멀리 푸른 언덕들도 보였지만 그 집의 독특한 매력은 주변과 동떨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 있었다. 아름다운, 기이할 정도로 아름다운 집이었다.

(아가사 크리스티, '꿈의 집' 중)

아가사 크리스티의 초기 단편소설 '꿈의 집' 속 기이할 정도로 아름다운 집을 만날 수 있는 박수경 작가의 개인전이 대전 모리스갤러리에서 오는 28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열린다.

'꿈의 집'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초기 단편소설이다. 주인공은 꿈속에서 늘 하얀 집 앞에 서있다. 커텐이 드리운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집을 두고 그는 늘 그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잠에서 깨곤 한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는데 매혹적이지만 정신병을 앓고 있던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역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그는 병원에 누워 늘 꿈꾸던 하얀 집을 본다. 그가 하얀 집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현실에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그를 어떻게든 살려보려 한다. 그러나 결국 그는 하얀 집의 문을 열어 집 안에 발을 들여놓는 것으로 소설은 끝을 맺는다.

박수경 작가는 행복을 위해 죽음을 택한 주인공의 결정 때문에 이 짧은 소설에 복잡한 생각들로 빠져있다. 이 소설은 한 사람의 죽음과 그가 바랬던 간절한 어떤 것, 외로운 집착, 행복, 사랑 등이 풀기 힘들게 서로 얽혀있다. 소설속의 그는 꿈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 죽음을 택했다. 작가는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하얀 집에 들어가서 그는 행복했을까'에 대한 궁금증과 여운을 아가사 크리스티의 또 다른 소설 '비뚤어진 집'과 '크리스마스 살인'을 재구성 해 작품으로 표현했다.

박수경에게 있어 화면 전반을 지배하는 색조는 중요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설 '꿈의 집'을 떠올리게 하는 흰 색조가 전체 화면을 감싸고 있다. 크리스마스트리나 탁자 위의 장식들, 아이의 옷이나 벽에 걸린 그림 등 다른 색을 띄고 있는 사물도 있지만, 모든 사물들은 마치 흰 빛에 감싸인 듯하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꿈의 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또 작가는 마그리트의 작품 속에서 조금씩 어긋난 상황처럼, 자신의 작품 속 이미지들도 서로 맞지 않는 생경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를 강화하기 위하여 그림 속 마그리트 작품에도 자신의 방식으로 작은 변형을 줬다.

소설 속에서 관심 받고 싶어 했던 아이에게 숨겨진 순수한 잔인함은 작업에서 한 사람으로서의 불안함과 외로움, 사람의 부재로 이어진다. '욕망, 죽음, 그리고 아름다움'에서 할 포스터가 말했듯 인형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다.

박 작가는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허무함과(마치 마그리트의 작품 '헛된 노력'에서 느껴지는 것과 같은 묘한) 무기력함이 작업을 통해 나에게도 능동적인 어떠한 형태로 반사되길, 그리고 우리 각자가 꿈의 집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 찾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며 "나 역시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의 소중함, 내가 진심으로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을 생각해 보며 나만의 꿈의 집을 간직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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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2겹쳐진 시간 3_130.3×162cm_Acrylic on canvas_2018
첨부사진3사랑하는 이에게_1_50×50cm_Acrylic on canvas_2018
첨부사진4선물_91×116.7cm_Acrylic on canvas_2018
첨부사진5크리스마스날_60.6×72.7cm_Acrylic on canvas_2018
첨부사진6크리스마스의 연인_162×130.3cm_Acrylic on canvas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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