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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단 한 아이를 위해서

2018-06-07기사 편집 2018-06-07 21: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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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정진희(대전신흥초 교사)
"선생님, 단소 확인 받으러 왔어요."

5학년 남학생 한 녀석이 사뭇 비장한 눈빛으로 친구도 2명이나 대동하고 나를 찾아왔다. 우리 학교에는 품격있는 신흥人이라는 인증제도가 있다. 그 중 한 영역에 ' 교과서 수록곡 1곡 외워서 단소로 연주하기'가 있는데, 원래도 단소는 소리 내기가 쉽지 않지만 유난히도 이번 5학년 녀석들은 단소 소리내기를 어려워했다.

오늘 찾아 온 이 녀석은 여러 가지 영역을 통과하고 이 단소만 통과하면 되는데 영 단소 소리를 내지 못해 조급해하던 녀석이었다. 수업시간에도 계속 지도를 했지만 못 부는 친구들을 틈틈이 지도하고, 또 교과 진도도 나가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었다. 기한일자가 1주일 남았을 때 그 녀석은 나에게 조용히 와서는 "제가 따로 연습하러 찾아가도 될까요?" 하며 속삭였다. 다른 친구들까지 찾아와서 나를 힘들게 할까봐 배려하는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했다. 그렇게 특별 훈련을 받은 날 처음으로 희미하게 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그 녀석은 그 바람 섞인 조그만 소리에 "와 드디어 소리가 난다"하며 기뻐했다. 그렇게 겨우 소리를 내던 녀석이 이틀 후 친구들과 함께 의기양양 찾아온 것이다.

같이 따라 온 친구들도 자랑스럽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친구를 격려했고, 동그랗게 눈을 뜨고 '기대하세요' 라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한숨을 한번 후 내쉬던 녀석은 연주를 시작했고 고운 소리가 아닌 희미한 소리였지만 분명 노래를 1곡 연주를 했다. 연주가 끝나자 녀석과 친구들은 일제히 희망을 품은 몸짓으로 나를 바라봤다. 소리가 분명하게 나지 않아 자신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오케이, 통과"하는 나의 외침에 아이들은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 그 순간 녀석이 나에게 90도로 꾸벅 인사하며 외쳤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다 선생님 덕분이에요.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했더니 소리가 났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 순간 오늘 하루 정신없이 업무를 처리하느라 복잡하던 나는 힘든 하루의 피로가 탁 하고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사실 나는 매순간순간 갈등을 느낀다. 내가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사회의 변화 빠르기만큼이나 다양해지고 성숙해지고 있다. 아니, 아직 덜 성숙한 상태에서 너무 다양한 매체와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성숙한 것처럼 보인다. 어린 아이의 얼굴과 마음을 가지고 어른과 같이 말하고 행동하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 동요란 다소 유치하고 국악은 지루할 뿐이다. 더구나 단소는 소리부터 내기 힘들어 일찌감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포기하기 일쑤이다.

하지만 난 결국 오늘도 교재를 연구하고 학습방법을 고민한다. 매번 눈을 반짝이며 나의 수업에 집중하고 나의 수업을 기다리며 열심히 참여하는 아이들을 항상 만나기 때문이다. 나를 일깨우고 기다리는 단 한 아이를 위해서... 정진희(대전신흥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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