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전의 날씨는 일교차가 심하며, 미세먼지는 나쁜 가운데 초여름 날씨로 조금 더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며 틀어 놓은 TV에서 알려준 날씨정보는 잠시 후 출근준비를 하려는 필자에게 무엇을 입을지 생각하게 해준다.

날씨에 맞춰 좀 시원하게 입을까? 출, 퇴근에 쌀쌀할 수도 있으니 재킷을 챙겨야겠군… 등을 생각하며 옷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이내 생각 했던 것과 달리 옷장을 살펴보아도 `딱히 입을 옷이 없네?`라는 중얼거림으로 돌아온다. 사실 옷장에 옷은 많다. 하지만 눈에 띄거나 와 닿지 않는 옷들이 보일뿐…한참 동안이나 고민하다 결국 엊그제 옷과 동일한, 지난 몇 해의 여름을 책임지고 있는 보풀이 살짝 생긴 리넨셔츠와 짙은 색 면바지를 집어 들고 옷장을 닫는다. 옷이 많아 삐져나온 옷장을 다시 고쳐 닫으며 서둘러 옷을 입고 현관문을 나선다.

우리는 단조로운 일상이 깨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흔히 말하는 단조로운 일상이란 규칙과 체계 속에 있는, 마치 시계가 내장된 계획표와 같다. 이 규칙을 짜고 체계를 이루는 근저에는 감각적이고도 이성적인 인식, 익숙함이 존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번도 보지 못했던 것을 매일 봐왔던 것처럼 보기도 하고, 매일 봐왔던 것을 때로는 두려워하기도 한다.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 예술가에게 배우는 창조적 삶의 기술`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예술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일상적인 삶의 연속일 뿐이다. 우리 모두는 예술의 일부분으로서 예술적인 역량을 발휘하며 매일 예술가처럼 살고 있다. 단지 느끼지 못할 뿐. 예술과 함께하는 삶의 시작은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다. 단조로운 일상이 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주변의 사물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 그리고 이미 갖고 있는 삶 속에서 호기심 어린 시선과 용기 있는 실행이 곧 기술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삶속에 예술은 이미 포화가 된 옷장에서 고민하다 익숙한 옷을 꺼내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가득 찬 옷장을 뒤로한 채 새로운 옷을 사 입는 것이 아니라 마치 손에 안 잡히던 많은 옷들을 다시 찾아보고 용기 있게 입고 나가는 것처럼, 이미 삶속에 존재하고 있는 예술을 우리는 다시 바라봐야 한다. 백요섭 미술작가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