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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탐사기] 남극에도 채소가 자란다

2018-06-06기사 편집 2018-06-06 1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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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는 신선한 식품이 귀하다. 남극의 여름동안은 비행기가 종종 들어오기 때문에 비행기 편으로 신선한 야채(양파, 상추 등)를 공급받아 먹기도 한다. 하지만 동계로 접어들면 비행기 운행이 거의 없고, 보트 운행도 불가능 하기 때문에 신선한 야채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주변이 온통 눈으로 덮여있고 기지주변의 식물이라고 해봐야 지의류라고 하는 이끼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기지에 온실을 만들어 채소를 기르는 것이다. 세종기지에서 채소를 기르기 위한 온실은 식물공장이라 한다. 8년 전 컨테이너를 활용해 만들었다. 12개월 동안 기지에 고립되어 생활하는 대원들을 위해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또한 주변에는 푸른 바다와 하얀 눈밖에 없기 때문에 녹색의 채소를 바라보며 심신의 안정을 찾는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실제로 러시아에서 우주비행사들을 대상으로 우주공간에서 생활 할 때 보리를 기르게 하는 실험을 한 결과, 보리를 기르는 대원이 기르지 않는 대원에 비해 심리적으로 훨씬 더 안정된 상태를 보이는 것이 확인 된 바 있다. 세종기지 식물공장은 생물대원과 유지반의 기계설비 대원이 담당한다.

전차대로부터 식물공장의 인수인계를 받은 후 기계설비 대원과 생물대원은 어떤 채소를 기를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다양한 채소를 공급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양하지 않지만 채소를 많이 공급해야 하는지, 여건상 두가지를 다 충족시킬 수 없다. 결국 다양성을 포기하고, 자주 먹는 채소를 많이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30차 월동대의 식물공장은 2016년 12월 21일 가동이 시작됐다. 식물공장에 처음 파종된 야채는 아삭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비빔밥용 새싹 채소와 삼겹살을 먹을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상추와 고추 그리고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치커리였다. 다른 채소들은 기르기 무난한데 반해, 고추는 손이 많이 간다. 온도도 약 28도에서 30도 정도를 유지해 주어야 하고, 적정한 습도를 유지해 주어야만 발아가 되기 때문이다. 모든 월동대원들이 불철주야 관심을 기울인 끝에 90%에 육박하는 발아율을 선보이며 대원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발아 후 고추는 다른 식물들과 같이 무럭무럭 자라주었다. 고추가 자라는 동안 새싹채소들은 이미 많이 자라 있었기 때문에 대원들에게 새싹 비빔밥을 제공하기도 했다. 온실의 크기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많이 기를 수 없어서 채소는 통상 일주에 한번씩 수확하여 고기반찬과 곁들여 먹는다.

생물대원의 표현에 의하면 식물은 사람의 발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 한다. 그만큼 손이 많이 간다는 의미다. 4종류의 채소를 기르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확을 하기까지 펌프가 고장나기도 하고 전기선을 다시 설치하기도 했다. 많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꾸준히 해결해가면서 채소를 기르는데 성공했다. 생물대원과 기계설비대원은 본인의 바쁜 업무를 끝내고 대원들을 위해 채소를 길러주는 역할을 자원해 주었다. 덕분에 대원들은 채소를 보며 마음의 안정도 찾고 맛있게 먹으면서 크나큰 행복을 느꼈다. 세종기지의 식물공장은 타기지 방문자들로부터 인기도 많았는데, 주변기지에 거의 없는 시설이기에 신기해하기도 하고 기지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들르고 싶어 하는 인기 만점의 명소이기도 했다. 이 자리를 빌어 채소 기르기를 담당해 준 생물대원과 기계설비 대원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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