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 위의 변호사

소파 위의 변호사
소파 위의 변호사
2000년 7월 29일, 여자 초등학생 한 명이 납치된다. 납치된 아이를 구하기 위해 경찰력이 대거 동원되지만 결국 그 초등학생은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심지어 범인도 잡히지 않았다. 생때같은 아이를 잃은 피해 학생의 어머니는 가슴이 미어진다.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그녀는 피켓을 들고 경찰서 앞을 지키며 범인을 잡아달라고 호소한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흘러가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은 채 무려 15년의 시간이 지난다. 곧 공소시효가 만료될 상황에 처했다.

2015년 7월 27일, 박해영 경위는 우연히 이재한 형사가 보낸 무전을 받는다. 무전을 바탕으로 수사하던 중 폐쇄된 정신병원 건물에서 백골사체를 발견하는데, 알고 보니 그 사체는 피해 학생을 살해한 용의자로 의심받던 사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어렵게 찾아내지만 그 사람은 진범이 아니라 진범이 일부러 파놓은 덫이었다. 공소시효가 만료될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시간은 점점 흐르고, 두 사람의 마음은 다급해진다. 공소시효는 무엇이고, 왜 공소시효라는 제도를 두는 걸까?

2016년 전국을 강타한 드라마 `시그널`의 내용이다.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장기미제사건에서 공소시효는 왜 필요할까. 왜 시간이 지나면 범죄를 처벌하지 않을까.

또 다른 장면 하나.

1980년대 후반 도봉구 쌍문동 골목에는 다섯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덕선이네, 정환이네, 선우네, 택이네, 동룡이네다. 가족 구성원도, 처한 환경도 저마다 다르지만 다섯 가족은 형제자매처럼 서로 의지하며 오순도순 살아간다.

복권에 당첨돼 벼락부자가 된 정환이네와 달리 덕선이네는 살림이 가난하다. 그래서 정환이네 반지하방에 다섯 식구가 세들어 산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선우와 어린 진주를 홀로 키우는 선우네보다 가난해 보인다. 씀씀이가 헤픈 사람도 없고 은행원으로 가정에 소득이 확실한 사람이 있는데도 덕선이네는 반지하방에 산다. 덕선이 아버지가 친구에게 서 준 빚보증 때문이다. 도대체 보증이 무엇이기에 "부모 자식 사이에도 보증은 안 선다"라는 말이 있는 걸까.

이 책은 명예훼손, 공소시효, 정당방위, 사기, 함정수사 같은 드라마, 영화, 예능, 다큐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법률문제를 일상에서 일어나는 실제 사건들과 연관 지어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예능 프로그램인 `라디오스타` 출연진끼리 주고받은 농담 섞인 약속을 예로 들며 계약 관계, 그중에서도 구두 계약이 실제로 어떠한 법적 효력을 지니는지 살핀다. 또 영화 `날, 보러와요`의 주인공이 정신병원에 감금된 사건을 언급하며 정신병이 없어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저자는 이 책에서 `법`이 비범한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고차원적 방정식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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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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