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책꽂이]

◇갈대의 길(송언 글·김선남 그림)=매서운 장맛비가 지나가면 되살아나는 불사조처럼 새봄에 피어난 갈대들이 허리를 들어 올린다. 묵은 갈대들은 땅 냄새를 맡으며 바닥으로 드러눕는다. 다시 햇살 쨍쨍한 가을이 오면 새봄 갈대의 머리숱이 사자 갈기처럼 부풀어 오를 것이다. 한갓 들풀로 태어나 들풀의 삶을 살다 가지만 겨울이 오기 전에 죽는 것을 거부하고 이듬해 여름까지 끈질기게 버티다가 마침내 쓰러지는 갈대의 삶을 그린 그림책이다. 한해살이풀보다 목숨이 두 배 가까이 긴 갈대가 살아가는 법칙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세심하고 다양한 시각의 그림으로 그려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갈대의 모습뿐 아니라 1년 사계절 속 갈대의 모습을 다양하게 볼 수 있고, 갈대와 갈대를 둘러싼 생태계의 모습을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생긴건 달라도 우린 한가족

◇눈빛 여우와 모랫빛 여우(유다정 글·박지영 그림)=100만 년 만에 처음으로 맞는 가족 명절을 지키기 위해서 눈빛 여우와 모랫빛 여우 들이 한반도 너럭바위로 돌아왔다. 똑같이 생긴 가족을 만날 생각에 모두가 꿈에 부풀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여우라고는 너무나 다르게 생긴 서로 말고는 없다. 이들의 조상은 붉게 빛나는 털에 탐스러운 꼬리를 가진 여우들이었지만 사는 곳이 달라지면서 생김새도 달라지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서로를 그리워하던 여우가족을 통해 진정한 이웃과 공동체의 의미를 깨닫고 더불어 진화의 기본원리도 알 수 있도록 했다.

잊지마, 너희의 무한한 가능성을

◇댄스, 푸른푸른(김선우 지음)=소녀와 소년은 이제 막 자라는 새싹, 연둣빛 십 대이다. 무한히 열려 있는 가능성이다. 청소년들에게 현실적인 꿈을 꾸어야 한다는 조언을 하는 사이 어른들은 물론이고 청소년들까지도 그 사실을 자주 잊는다. 이 시집은 본래 아이들의 것이었던 푸른 시간과 생생한 말을 우리 눈앞에 보인다. 저자는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녹턴` 등의 시집은 물론 다수의 장편소설과 산문집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저자가 청소년들과 함께 읽을 시집을 낸 까닭은 많은 아이들을 잃었던 `그해 봄` 이후 좀 더 아이들 곁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1~3부 62편의 시를 통해 우리에게 `눈부신 연두`를 선물한다. 그 연두는 혼자 힘으로 당당히 서는 자신감,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는 용기, 보이지 않는 것을 들여다보는 순수함, 나와 내 주변을 위로하고 보듬는 따뜻한 마음이다.

즐겁게 일하고 노던 아름다운 시절

◇엄마고향은 어디야(노정임 글·이진경 그림)=식구들 모두 곤하게 자는 시간에 아버지는 벌써 논에 다녀오시고, 보글보글 된장찌개 냄새에 잠이 깨면 아이들은 닭 모이도 주고 소 먹이도 주고 소꿉장난에 나물 뜯기, 물놀이에 하루 종일 바빴다. 두레박으로 길어 올린 시원한 우물물에 목 축이고, 밤이면 그림자 놀이에 쏙 빠져 지내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았다. 놀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노는 게 참으로 자연스러웠던 우리 어린 시절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른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가 지나는 동안 시간마다 조금씩 변해 가는 색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새벽의 색과 한낮의 색, 저무는 하루의 색과 밤의 색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지 감상하는 즐거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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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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