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동광장 창고음악회

3일 두번째달 공연모습. 사진=사이잇다 제공
3일 두번째달 공연모습. 사진=사이잇다 제공
"I never cared much for moonlit skies(난 하늘의 달빛을 신경쓰지 않았어요) I never winked back at the fireflies(반딧불이에 윙크한적도 없었죠) Now that the stars are in your eyes I`m beginning to see the light(하지만 이제 당신의 눈 속에 별이 있으니 나는 빛을 보기 시작했어요)" - 골든스윙밴드의 `I`m beginning to see the light`중에서

대전역 뒷편, 동광장에서 멀지않은 주차장 한 가운데 1956년 지어진 낡은 나무 창고 안에서 감미로운 재즈 선율이 흘러나온다. 모래바람이 이는 황량한 주차장을 가로질러 창고 안으로 들어가면 이곳의 세월을 말해주는 듯 먼지냄새와 함께 나무 천장과 벽 틈새로 들어오는 햇살이 비치는 무대가 눈에 들어온다. 한때 대전역 철도 노동자들이 이용했던 자재와 도구들이 쌓여있었을 이곳에 관객들의 특별한 추억이 쌓이고 있다.

지난 2·3일 2018 문화가 있는 날 지역특화프로그램 `사絲, 이異 잇다`의 첫번째 프로그램인 `창고음악회-늘 그곳에 있다`가 대전역 동광장 철도보급창고에서 열렸다.

철도보급창고는 등록문화재 제168호로, 나무로 만들어져 환기가 잘 되고 공간의 울림이 좋아 그동안수차례 공연장으로 이용됐던 공간이다. 이번 `늘 그곳에 있다` 공연을 기획한 지역의 청년 기획자 노의영, 정다은, 김보람씨는 이 공간의 의미를 공연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낡고 오래된 외관과 함께 내부에는 따뜻한 무대 조명과 식물이 곳곳에 배치돼 세월이 주는 느낌과 생기 있는 분위기가 어우러져 시공간을 초월해 다른 시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또 빈티지하고 어쿠스틱한 음악을 하는 인디밴드와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공간 속으로 완전히 끌어들였다. 공연 첫째날인 2일에는 Room306, 김간지×하헌진, 김사월×김해원의 젊고 라이브한 음악공연이 진행됐고 3일에는 골든스윙밴드, 두 번째달의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재즈음악을 들려줬다.

노의영 무대감독은 "이번 공연을 통해 음악 뿐만 아니라 창고에서 느낄 수 있는 세월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었다"며 "공간 연출과 더불어 이 공간과 어울리는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을 섭외해 관객들이 얻어가는 것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무더운 날씨에도 양일 공연은 모두 가족, 친구, 연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 120명의 수용인원을 가득 채웠다.

이번 프로그램은 `근대도시 대전`의 태동과 번영을 가져왔던 `철도`를 모티브로 기획됐다. `한밭`이라 불리던 벌판에 철길이 생기고 대전이라는 도시가 형성됐듯이 철도로 지역과 지역을, 사람과 사람을, 문화와 문화를 잇기 위한 것이다.

공간 `구석으로부터`와 도시예술기획팀 `시도(試圖)`를 주축으로 나무시어터연극협동조합, 원도심레츠, 대전근대아카이브즈포럼 등이 함께 하며, 창고음악회, 철도영화제, 창고연극제, 기차여행 및 문화철도 기획전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전시·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서은덕 사이잇다 총괄기획자는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예술로써 대전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젊은 기획자들이 만드는 영화, 연극, 전시, 퍼모먼스, 여행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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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골든스윙밴드 공연모습. 사진=사이잇다 제공
3일 골든스윙밴드 공연모습. 사진=사이잇다 제공

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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