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대전시립합창단 '너무도 아름다운 그대'

지난 29일, `너무도 아름다운 그대` 타이틀로 대전시립합창단 제138회 정기연주회가 열렸다. 고전적인 느낌을 주는 이 제목은 노르웨이 현대 작곡가 야일로, 르네상스시기 독일 음악가 프레토리우스, 대전시립합창단 지휘자 빈프리트 톨, 이 세 명이 구약성경 <아가서>에 나오는 `너무도 아름다운 그대`(Tota pulchra es)를 작곡한 작품명에서 정해졌다.

멘델스존 8성부 합창곡 아베 마리아로 경건하고 차분하게 첫 곡을 시작한 음악회는 두 번째 곡부터 `너무도 아름다운 그대`를 연속적으로 들려주었다. 야일로가 그린 음악은 북극 오로라가 뿜어내는 신비로운 섬광을 표현한 것으로 장엄한 오로라가 아카펠라 합창단의 정제된 울림을 통해 깨끗하게 퍼져나갔다. 리듬은 단순하지만 조성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음정잡기가 까다로웠음에도 깔끔하게 악구를 처리하며 긴 여운을 남겼다. 프레토리우스 작품은 연속적인 모방대위법으로 정교하게 얽혀있어 앞선 곡보다 상대적으로 완벽한 화음의 일치를 이루기가 쉽지 않아 보였지만 충분히 그 아름다움은 전해졌다. 세 번째 톨 지휘자 작품은 2개의 합창단과 호른 4대를 위한 곡이다. 20세기 말 조성에서 벗어난 현대음악기법이 사용됐기에 해설이 먼저 들어갔고 설명은 작품을 이해하는 데 일조했다. 한 소녀의 깊은 사랑이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 이어진 내용으로 고통은 긴장과 불안감을 야기하는 호른의 특별한 기법과 고음에서 외치는 소프라노의 강렬한 울림으로 표현됐다. 합창단의 능숙한 연주력과 호른의 기교적인 테크닉으로 개성이 강한 합창곡이라는 인상을 주며 지휘자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유익한 경험이었다.

후반부에서는 드뷔시와 예너(Jenner)의 시적인 서정성 강한 노래가 주를 이루며 재즈풍과 뮤지컬 노래까지 등장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프랑스 음악이 지닌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살려 노래하기에는 다소 경직된 느낌이었고 뮤지컬 노래 표현은 어색했다. 청중의 반응을 의식한 후반부 프로그램은 한편으로 레퍼토리 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시사한다.

하지만 대전시립합창단의 강점은 정통 클래식음악의 품위를 잃지 않고 `너무도 아름다운 그대`를 부를 수 있는 빼어난 음색표현에 있다. 예컨대 16c 이자크, 19c 브루크너, 20c 뒤뤼플레 등 시대가 다른 여러 작곡가가 만든 `너무도 아름다운 그대`와 비교하며 같은 제목의 다른 음악이 주는 다양성도 고려할 수 있다. 장점을 없앤 다양성보다는 장점을 강화한 다양성이 대전시립합창단의 정체성을 훨씬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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