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에 사는 친구 녀석에게 연락이 왔다. 대전을 갈 일이 생겼는데 갈 만한 곳이 어디 있냐는 전화였다. 성심당은 물론이고 어디가 맛집 인지도 물어봤다. 쉬운 질문이었지만 답변은 어려웠다. 나름 대전에서 나고 자랐는데 막상 마땅한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게 되면 얼굴이나 보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녀석은 줄곧 대전을 궁금해했다. 1993년 대전엑스포를 다녀왔었다며 회상에 잠기곤 했다. 또 그리워했다. 그때 감정선이 꽤나 좋았나 보다. 25년이 지났어도 당시 느꼈던 도시의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탓일 게다.

대전은 농담을 섞어 3 무(無)의 도시라고들 한다. 첫째로 재해가 적고, 둘째로 범죄가 적단다. 마지막으로는 갈 곳이 없어서 그렇단다. 통계상으로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재해가 적고, 범죄가 적다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갈 곳이 없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녀석의 전화를 급히 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녀석이 전화를 한 이유도 아마 같은 이유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내년은 대전 방문의 해다. 대전시 출범 70주년, 광역시 승격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가 고안했다. 관광객 유치 목표는 500만 명이다. 대전은 한 해 평균 35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150만 명을 더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일단 올 초 6개 분야 46개 과제가 담긴 기본계획을 수립했는데, 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계획을 수립 중이다. T·F(Task force) 팀도 오리무중이다. 다음 달이 돼서야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다고 했다. 시기상 지방선거를 감안한 것인지, 들여다 보면 고작 5개월 준비해서 1년을 맞이하겠다는 심보다. 로고는 어제(4일)가 돼서야 확정했다. 출범 70주년과 승격 30주년의 의미를 무색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 공무원들도 "할 말이 없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기`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고 시간 탓만 할 순 없을 것이다. 지역 관광자원이 무엇이 있는지, 그게 마뜩잖다면 충청권 관광자원과의 연계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조차 모자라다면 관광객들이 최소한 조금 더 맛있게 먹고, 편하게 잘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말에서 그치는 지역경제활성화가 아니라 기폭제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소상공인들의 기대감과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만족시키려면 말이다. 친구 녀석에게 다시 전화를 해봐야겠다. 취재 2부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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