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칼럼] 발전하는 한의학

의학은 그 시대의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시대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다. 사회가 변하면 병이 변하고 병을 치료하는 의학은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한의학도 마찬가지다. 한의학에서 어혈을 치료하는 약이 발달한 이유는 과거에 부상을 당하는 일이 많았고, 태형(笞刑)이 있었던 시대적 상황의 영향이라고 생각된다. 또 한의학 서적에 선귀후천(처음에는 귀했으나 나중에는 천했다)에 사용하는 치료법이 있는 것으로 보면 정치 상황에 따라서 몰락한 사람을 치료하는 방법이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처방과 침법이다.

한의학이 질병의 변화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여러 도구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약침이다. 보통 한약은 구강으로 흡수한다. 그러나 약침은 한약을 추출, 약침주입기로 우리 몸의 경혈에 주입 하는 방식으로, 가장 먼저 생긴 것은 벌에서 추출한 봉독이다. 민간요법에서는 생벌 자체의 침을 그대로 이용한다. 문제는 벌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다양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또 벌을 죽일 수 밖에 없는 문제도 생긴다. 현대 한의학에서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벌을 죽이지 않고도 유효성분만을 추출, 위생적인 방법으로 환자에게 시술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성분의 수치화가 가능해서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시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미리 봉독에 대한 알레르기 테스트를 해서 부작용을 방지한다. 신기한 사실은 예전부터 민간요법으로 내려오던 봉독을 현대화 한 사람은 한의사가 아닌 의사라는 것이다. 대전지역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는데 그곳에서 봉독의 매력에 빠져 봉독 연구에 평생을 바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의원에서는 봉독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들을 구별하기 위한 테스트가 반드시 필요하며, 만약의 상태를 대비해 응급약물도 구비해야 한다. 이독치독이라고 해서 독을 사용하는 것이라 조심해야 하지만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다. 봉독은 요통, 견비통 등 통증질환에 유효성을 보이고 특히 류마티스 환자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요즘은 사독이라고 불리는 뱀독을 추출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또 산삼(인삼), 자하거(태반) 등이 대표적으로 쓰이는 약침이며 종류는 앞으로도 계속 개발될 것이다. 한의학은 옛날 것에 기반을 두는 것은 사실이나 현대사회의 변화에 따라 계속 변화를 시도할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미래에도 계속 존재할 것 이다. 구원회 구원회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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