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칼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띠웅, 띠웅."

밤 근무 인계를 받고 난 후에 벌써 대여섯 번 넘게 울리는 호출벨 소리다. 오늘밤도 여전하신 624호 환자의 병실로 발을 옮긴다. "할아버님, 뭐가 불편하세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에서 거의 매일 밤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몇 해 전 메르스 사태는 전염병의 무서움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었고, 그간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독특한 병문안 문화에 대해 깊이 고민할 것을 요구했다. 환자 한 명이 입원하면 많은 가족들이 병원을 방문한다. 같은 종교인이 입원해있으면, 신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병문안을 온다. 게다가 면역력이 약한 어린 아이까지 동반해 때로는 뽀뽀까지 하게 하는 것이 그간 우리나라의 병문안의 모습이다. 환자를 위로하고 쾌차를 비는 마음을 탓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순식간에 퍼져 나간 메르스 사태는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에게 가족들의 임종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신속히 바꿔나가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진 병동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이다. 일명 `보호자 없는 병동`.

그러나 오랜 세월 익숙해져 있던 병문안 문화가 쉽게 바뀌지는 않았다. 환자인 부모님을 혼자 두고, 특히 개인 간병인도 없이 병실에 남겨두고 가려니 가족들의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들여다보아야만 마음이 놓인다. 그렇게 여전한 의심과 불안감을 느끼는 가족들을 안심시키며 시작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이 개소한지도 어느덧 3년차가 됐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은 간호사 한명이 간호하는 환자의 비율이 낮다. 즉 다른 병동에 비해 훨씬 많은 담당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그리고 의무요원 등이 배치돼 보호자나 간병인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시스템이다. 간호사 스테이션을 병실 가까이에 두고, 환자의 손이 닿는 곳에는 호출벨 놓여 있어 환자의 호출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게 된다. 또한 침상과 침대 밑에는 특수하게 설계된 패드가 깔려 있어, 환자가 침상에서 움직이거나 침대 밑으로 발을 디디면 자동으로 알람이 울린다. 식사보조 및 대소변, 머리감기기, 가벼운 침상목욕 등의 돌봄은 물론 말벗도 돼 준다. 간호조무사나 의무요원들은 젊은 직원보다는 40-50대의 유경험자들을 배치해 부모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돌 볼 수 있게 했다. 이제는 한번 입원해 보신 분들이 이곳을 다시 찾는다. 이 병동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서 친자식과도 같은 정겨움을 느끼시는 건 아닐까 싶어 흐뭇하다.

개인적으로 인공혈액투석을 하고 계시는 나의 시이모부님은 이 병동의 단골이다. 병세가 악화돼 응급실로 오면 곧바로 전화가 온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 입원이 가능한지를 묻는 연락이다. 오늘 624호 환자분의 알람이 유난히도 자주 울리는걸 보면 아마도 오늘따라 가족이 더 그리우신가 보다. 약간은 또렷하지 않은 정신이지만, 담당 간호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곧 편안히 잠드실 것이다.

몇 년 후 경기북부인 의정부에 을지대병원이 개원한다. 그곳에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이 들어선다면, 저 북쪽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환자분들이 해주는 구수한 북녘 사투리와 옛날이야기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도 `멀다고 하면 안 되갓구만` 이라고 말할지 누가 알겠는가. 김인희 을지대병원 간호부 행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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