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에게 종자를 관리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작물 중에서 가장 우량한 것을 아껴서 잘 보관해야 한다. 수확까지 수년이 걸리는 과수는 종자를 잘못 선택하면 파국을 맞는다. 그래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했나 보다.

성공적 창업을 위해서는 사업 아이템이 탁월해야 하고, 우수한 창업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존경이 부족해 최고급 인재를 창업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신문에 실린 어떤 결혼 정보회사의 자료를 보면 종업원 100명 이상을 거느린 기업 CEO의 회원등급이 메이저공기업 직원과 같다. 10인 이상 기업 CEO는 20대 대기업 신입과 동급이다.

고시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젊은이들이 창업을 생각조차 안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업은 장사와 같은 것이고 그런 기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잡혀있는 것 같다. 또 큰 돈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고, 돈은 밑 빠진 독처럼 들어갈 것이라 생각한다. 비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실패의 두려움에 매몰돼 있다. 반면 세계적으로 창업 시스템이 정교하게 발전하고 있다. 사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팀이 하는 것이고, 내 돈이 아니라 투자자의 돈으로 하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으면 투자자가 있고, 창업과정을 시스템적으로 도와주는 창업기획 전문기업이 많다. 창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기업을 일구어 인류에 가치를 제공하면서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과 기부금을 내는 존경받는 기업인 문화가 돼야 한다.

다행히 최근 연구소가 밀집한 대덕연구개발특구에도 창업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 기술을 가진 연구원이 창업하면 상당기간 다른 기업을 따돌리며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기술력이 검증되었기 때문에 투자자의 마음을 사기도 쉽다. 시장에서 고객과의 접점도 유리하다. 이런 장점을 살려 수년 내에 수백억원대 가치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획적인 창업을 할 수 있다. 연예기획사를 통해 스타 아이돌을 탄생되는 것처럼 특구에서 떡잎부터 다른 기업을 창업시킬 수 있다.

연구개발특구는 2012년부터 `이노폴리스 캠퍼스` 사업으로 창업가를 돕고 있다. 창업 준비단계에서 사업아이템을 고객이나 경쟁사의 관점에서 검증하고, 사업계획을 정교하게 다듬어 성공확률을 높인다. 특구의 공공기술을 매칭해 부족한 기술을 보강해주고, 함께 일할 팀을 만들어 준다.

풀뿌리 창업가 개개인을 보듬어 용기를 주고, 교육하고, 세부사업을 검토해 주는 일은 헌신적인 마인드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른바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공공 영역해서 해야 하는 일이다. 이노폴리스 캠퍼스는 대덕특구의 5개를 비롯해 전국에 15개가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진 헌신적인 사업단을 중심으로 대학의 내부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경험 많은 기업인을 자문단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훈련된 코치진이 창업가와 현장을 같이 뛰며 세부적인 일을 도와준다.

연구개발특구에서 창업된 기업은 다양한 후속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부족한 기술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기업 활동에 필요한 것을 선택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패키지형 지원시스템이 있다. 또한 후속투자를 연결해주는 엑셀러레이터와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올라탈 수 있다.

좋은 아이디어나 기술이 있는데 창업을 주저하는 분이 있다면 주저 없이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을 방문하기를 바란다. 안정적인 직장에서 나오기 두렵거나, 사업에 실패해 재기하고 싶은 분도 상담해 보기를 바란다. 창업은 외롭고 힘든 일이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체계적인 시스템 내에서 다른 창업가와 함께 준비하면 한발 더 성공에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윤병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대덕연구개발특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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