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래된 죽마고우들의 모임이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선거 이야기가 나오고 투표 이야기와 결과까지 대화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한 친구가 자기는 손녀딸 덕에 투표를 했고 손자, 손녀들을 모두 데리고 투표소에 갔었노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했다. 모인 친구들이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였는데 투표 전날 저녁식탁에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손녀딸이 "할아버지 내일 투표하러가요"라고 맹랑하게 이야기를 하더라는 것이었다.

아마도 어린이집에서 투표일에 휴무임을 알리면서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께 투표하시라고 말씀드리고, 함께 손잡고 가면 좋겠다고 교육을 시켰던가 보다. 다음날 늦은 아침을 먹고 손자, 손녀에게 선거와 투표에 대한 산교육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투표장에 나갔고 투표를 마친 후 투표소 앞에서 인증샷까지 찍었다고 한다.

이 아이들은 어렸을 때 할아버지의 손을 이끌며 투표소에 갔던 기억으로 선거 연령이 되었을 때 투표에 필히 참여하는 참된 민주시민이 될 거라고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올해에도 6월 13일이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다.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회의원, 기초의회의원, 교육감을 선출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지기도 한다. 지방선거에서 뽑히는 일꾼들은 우리의 생활근거지와 가장 밀접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선택에 따라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두가 참여하여 올바른 민의에 따라 훌륭한 인물을 선출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비교적 대통령을 뽑는 일에는 많은 관심을 보여서 70~80%를 넘나드는 투표율을 보여 왔으나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선거에서는 훨씬 저조한 50~60%대의 투표율에 머물고 있다. 특히 1995년부터 시작되어 지난 2014년에 6회를 치렀던 지방선거에서는 1회에 68.4%를 기록하여 3분의 2를 상회하는 유권자가 투표함으로서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일컫는 지방자치에 관심을 보이는 듯 하였다.

그러나 2회부터는 회를 거듭 하면서 투표율이 떨어졌고 심지어 2002년 제3회 때에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48.8%로 역대 최저를 기록 하였다. 그 이후 조금씩 높아지기는 하였으나 유권자의 절반이 거의 투표를 하지 않았다. 과연 이정도의 투표율로 국민들이 주권을 행사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주권을 가진 민주국가의 국민은 선거를 통한 투표행위로 자신의 권리를 다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우리사회는 어떠한가. 자신들의 주장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집회인 것 같은 분위기이다. 물론 법치국가에서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이상 집회도 의사를 표현하는 중요한 제도이다. 그러나 민주시민으로서 가장 중요한 권리행사는 역시 투표가 아닐까?

유권자 절반정도의 의사로 선출된 사람이 얼마나 자신 있고 충실한 리더가 될 수 있겠는가. 모두가 참여하여 뽑은 일꾼이라야 그들도 힘이 나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이 2014년 제6회 지방선거부터는 사전투표제가 도입되어 그나마 투표율이 다소 상승된 것으로 보이지만 고작 56.8%가 투표에 참여했다.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6월 13일 선거일에 특별한 사정으로 투표할 수 없는 경우에는 6월 8일과 9일 양일에 걸쳐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으며, 이 사전투표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투표할 수 있는 편리성도 있다. 사전투표와 선거일 투표를 통하여 모든 유권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권자들은 인터넷과 미디어 뿐만 아니라 직접 발품을 팔아서 후보자의 유세를 들어보기도 하고, 선관위에서 제시되는 자료를 통해 후보자의 인물 평가나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후회 없는 선택으로 올바르게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이번 전국동시지방선거에는 필자도 손자의 손을 잡고 투표소에 가고자 한다. 이배섭 논산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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