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중소벤처기업창장으로 부임하며 달라졌거나 좋아진 점을 하나 들자면 학습과 소통의 기회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본부에서는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지시와 국회 등 외부업무들을 기한내에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보니 어느 날 퇴근할 때 문득 머리 속이 점점 비어가고 그나마 남아있는 것을 몽땅 꺼내어 쓴 후 텅 빈 강정이 되지 않을까는 `웃픈 생각`을 해본적도 있었다. 다행히 지방근무를 하며 따로 교육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학습조찬회나 여유시간을 활용한 독서나 전문가들과의 대화 등을 통해 나름 새로운 마음의 양식을 내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최근 조찬회 강연주제나 읽은 책이 우연찮게 혁신과 관련된 내용, 그중에서도 이미 우리에게 닥친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고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알다시피 모든 변화와 혁신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응하느냐 여부에 따라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의 경우 과거 1-3차 산업혁명보다 그 변화속도가 빠름은 물론 변화의 폭과 양상을 가늠하기가 훨씬 어렵다는 데에 있다. 사물과 인간의 경계, 업종간의 경계가 무의미해지고 개방형 혁신이 가속화되는 혁명에 대해 필자인 나는 입문단계에 불과해 구구절절이 늘어놓을 생각이나 자신은 없다. 다만 관련도서와 강연 등을 통해 느낀 바 4차 산업혁명이 앞서 얘기한 양면성, 다시 말해 위협요인이 됨과 동시에 긍정적인 기회요인으로도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긍정적 기회요인으로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점들은 근로자들이 단순노동에서 해방돼 창의적인 사고나 활동에 투입할 시간적 여유가 늘어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위험한 일 또한 로봇이 수행해 안전수준이 높아지고, 최근 근로시간 단축 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반면 위협으로 새로운 시장 및 사업영역 출현에 따라 글로벌 기술표준을 선점한 소수 하이테크기업 등을 위주로 부의 집중이 심화되는 것을 들 수 있다. 시류에 뒤쳐진 기업과 근로자의 양극화가 생기고, 페이스북 사태가 경고하듯 빅데이터의 양적, 질적 팽창과 함께 보안, 사생활 침해 위협도 비례해 증가하고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등이 계속 출현함에 따른 실업자 증가여부 연관성은 중장기적로는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기존 직업이 로봇이나 인공지능으로 의해 대체되는 속도가 빠를 것이라는 전망에도 대부분이 동의한다. 중소기업은 어떨까? 전반적인 긍정과 부정적인 측면들이 중소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임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혁명은 `기회와 위협`이라는 동일한 숙제를 이미 던졌고,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도 있듯 각자 처한 상황에 맞게 독창적인 방식으로 그 숙제를 푸느냐는 오롯이 중소기업의 몫이다. 물론 옆에서 응원하고 참고자료를 제공하는 등 지원업무에 정부가 앞장서야 함은 당연지사다. 얼마전 스마트공장 추진기업을 방문했을 때 나눈 대화 가운데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결국은 인간의 사유와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도전이면 한발짝 앞장서서 기회로 만드는 지혜와 결단이 해답이 아닐까. 홍진동 대전충남중소벤처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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