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는다." 톨스토이가 쓴 이 명언은 `자신 탓` 대신 `세상 탓`만 하는 것에 비유된 문장이지만 마치 `나는 이미 충분히 바꾸려고 노력했어, 우리는 정말 많이 변했다. 한번 노력했으면 됐다`라고 안이한 생각에 빠져있는 우리 모두에게 하는 말처럼 들린다. 가뜩이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변형하는 한국의 문화 가운데 살면서 새로운 세대와의 격차까지, 심지어는 가정 안에서도 하루하루 색다른 세상이다. 나 자신은 어디까지 얼마나 바꾸어야 하는 것일까?

`레온 플라이셔`는 피아니스트이다. 4살에 피아노를 시작해서 9세에 당대의 거장 아르투어 슈나벨의 애제자가 됐고, 16세에 뉴욕 필하모닉과 협연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하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주목받고 `젊은 라흐마니노프` 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는 `퀸 엘리자베스 피아노 콩쿨`에서 미국인 최초로 우승을 하고, 20여 년간 승승장구하던 어느 날, 갑자기 오른팔에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결국 오른손 손가락이 손바닥 안쪽으로 고부라져 펴지지 않는 `근육 긴장 이상증`으로 인해 30대 중반에 오른손 마비가 찾아왔다. 피아니스트에게 생명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오른손이 마비되자 좌절은 잠시, 그는 남아있는 왼손으로 연주를 계속하며, 1970년부터는 지휘를 시작했다. 오른손 마비를 극복하기 위한 연주법과 음악 이론으로도 인정받으며 피바디 음대, 커티스 음악원, 토론토 왕립음악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그에게 전수받은 제자들은 전 세계에 퍼져있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의 신수정, 이대욱, 강충모 등도 그의 제자다. 오른손 마비 이후 그는 지휘자, 이론가, 교육자로 더욱 왕성히 활동하며 진정한 거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또한 40년이 넘도록 오른손의 지속적인 치료와 노력 끝에 놀랍게도 조금씩 회복하여 지난해에는 음반, `투 핸즈(Two Hands)`를 발표했다. 여느 연주자라면 벌써 은퇴했을 나이 이지만, 새로운 두 손으로 음악 인생을 연 그의 모습은 큰 감동을 안긴다. 회복 후 출시한 음반은 판매 수익금마저 같은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고 있다.

아직도 하루하루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노력으로 얻은 뛰어난 재능으로 남을 돕는 레온 플라이셔. 그의 연주를 들을 때마다 세상 탓은 과거의 일이다. 멈추지 않고 나 자신을 가꾸어 세상을 도울 때까지 매일을 살아야 한다. 김지선 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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