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이 빠져 기울어진 간판은 칠 일 굶은 바보처럼 힘 없이 웃고만 있고. 세월을 덕지덕지 껴입은 글씨는 땟국에 찌든 덜거덕덜거덕 무상함을 노래한다.` 서광사 주지 도신 스님의 시 `네거리 여인숙` 중.

노래하는 스님으로 잘 알려진 서산 서광사 주지 도신 스님이 시인이 됐다.

월간 문예지인 `우리시`는 신인상 추천 대상작으로 도신 스님의 `네거리 여인숙` 외 4편을 골라 실었다.

작곡·작사, 노래를 겸하면서 현재까지 7장의 음반을 낸 도신 스님이 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다른 무엇에서 느낄 수 없었던 행복감을 시집을 들추면서 보게 된 것.

도신 스님은 1집 음반 제작 당시 문학포교원 원장이신 혜관 스님에게 받은 시를 기억하며, 무작정 찾아가 거의 생떼를 써서 시를 배우기 시작했다.

혜관 스님에게 어떻게 시를 써야 하느냐고 묻고 묻기를 거듭하면서 시를 공부했다.

도신 스님은 시를 배우면서부터 노래를 만들기 위해 노랫말을 끄적거리던 때의 글에 대한 느낌과 완전히 다른, 그리하여 그것이 공포로 느껴지기까지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올해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 50여명을 서광사로 초청해 `봉축 낭송회`를 갖는 등 시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도신 스님은 "그렇게 애써 공부해도 늘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저의 한계였으나 시를 읽고 쓰는 행복은 더해만 갔고, 주체할 수 없는 그 불덩이가 저를 응모에까지 이끌고야 말았다"며 "제가 시를 좋아한다는 것을 찾게 해 준 그는 이미 타 지역으로 떠나고 시의 대화를 나눌 수 없었지만 진정 시를 좋아하다 보니 시 또는 그 깊은 상대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등단 심사를 한 임보·홍해리·임채우·나병춘 위원은 도신 스님의 `네거리 여인숙`에 대해 "세속적 삶의 무상함을 노래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구도자로서 화자의 과거사를 방황을 뜻하는 네거리와 잠시 머물렀다가 가는 여인수과 허울뿐인 이름을 나타내는 낡은 간판에 비유,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니라고 한다"며 "과거에 집착하지 않는 구도자의 굳은 심지가 나타나 있으나 그 바탕에는 옅은 페이소스가 깔려 있다"고 심사평을 냈다. 박계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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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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