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전문가들이 국민 안전 분야에서 활개쳐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건 충격적이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감시단의 조사 결과다. 공공기관 근무 후 10년 내 퇴직한 기술자 4658명 중 무려 20%인 953명이 경력증명서를 허위로 만들어 활동한 것이다. 그 것도 국민 생명과 밀접한 소방과 원자력·전력·정보통신 분야에서 가짜 자격증을 움켜쥐고 국민 안전을 담당해왔다니 믿기지 않는다. 안전 사고의 배후에 짝퉁전문가가 도사리고 있었던 셈이다.

가짜 자격증을 만든 수법 또한 대단히 악질적이다. `을`의 위치에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팔을 비틀어 경력확인을 받은 `갑질` 공직자가 있는가 하면, 공기업의 직인을 위조해 허위 경력확인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공로연수나 휴직기간에 공사나 용역을 감독한 것처럼 꾸민 경우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이들이 설계전문업체에 재취업해 지자체 하수도정비 침수예방 사업 용역을 따내거나 전기공사 감리를 맡았다니 사고가 나지 않으면 이상할 지경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책은 물릴 만큼 발표됐다. 새정부도 `안전하고 건강한 대한민국`을 기치로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소홀 등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크게 강화했다. 그럼에도 짝퉁전문가 사례에서 보듯 상상치 않은 곳에 구멍이 뻥 뚫려 있었다. 국민 안전과 관련, 기준과 제도를 보다 강력히 구축했건만 정작 관리·감독하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 지 철저히 점검할 일이다.

가짜 전문가와 허위 경력확인서를 발급해준 공무원의 처벌과 더불어 유사 사태를 방지할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 건설 분야에서 우선 도입을 추진 중인 경력관리 전산시스템을 다른 분야로 확대해 가짜 전문가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같은 업무 라인에 있다는 이유로 고위직이 부하직원의 경력을 가로채는 등의 불합리도 하루 속히 개선하기 바란다. 국민 안전분야에서 관피아의 그림자가 어른 거려서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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