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먼 미래, 인류의 모습에 대해 우리는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키가 작고 팔다리는 가늘며, 머리는 매우 큰 기형적 모습이 떠오른다. 그동안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 줄곧 묘사되어 우리 머릿속에 부지불식간에 자리 잡게 된 외계 우주인과도 비슷한 모습이다. 아마 미래사회는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결과 신체활동은 줄어들어서 몸이 왜소해지고, 두뇌는 갈수록 많이 쓰게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과연 미래 인간은 머리가 커지고, 몸 전체의 크기는 작아진 모습일까? 그러나 뇌과학자의 견해는 그 반대이다. 구석기시대 네안데르탈인의 뇌는 지금 현대인과 비교했을 때에 크기가 거의 비슷했다는 것이다. 뇌신경과학자들은 뇌의 크기와 발달을 촉진하는 가장 큰 자극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초기 인류의 긴 역사에 비추어 인간의 생활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변하게 된 것은 순식간이라고 할 수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요상한 물건을 몇 시간이고 들여다보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불과 수 백 년 전의 우리 조상은 상상이나 했을까? 만일 인간의 모든 일을 인공지능(AI)을 갖는 로봇에게 맡기고 인체를 움직이는 것을 멈추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면 우리 몸은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커지게 될 것이다. 점점 불어나는 체지방과 더불어 늘어난 체중을 지탱하기 위해서 뼈대와 관련 조직은 더 커지게 된다. 더욱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뇌의 크기는 오히려 점점 작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신경학자 다니엘 윌퍼트는 뇌가 존재하는 일차적인 이유가 `움직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즉 보다 복잡하고 정교한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한 필요에 의해 뇌는 점점 커져왔다는 것이다.

신체가 움직일 때 시각이나 촉각과 같은 감각은 물론이고, 피부나 근육, 관절을 포함해 온 몸에 퍼져있는 감각기로부터의 무수히 많은 감각신호가 척수를 통해 뇌로 보고된다. 우리의 뇌는 전달된 감각신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인지(認知)`한다. 또 그 감각정보를 통합하고 분석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몸을 어떻게 사용할지 판단을 내린다. 이 판단에 의해 뇌는 인체의 근육이나 기타 기관을 움직이도록 명령을 하달한다. 이러한 과정은 모두 뇌라고 하는 거대하고 정교한 신경망의 상호 교류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몸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뇌를 움직이는 것이다. 만일 축구나 탁구와 같은 운동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보다 정교하게 뇌를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책상 앞에서 수학문제를 풀거나 영어단어를 암기하는 것만이 `학습`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시각각 나의 뇌에 전달되는 무수히 많은 감각정보를 순식간에 통합하고, 판단하고, 신체를 움직이도록 명령하는 과정이야말로 뇌를 최적의 상태로 발달시키는 또 하나의 학습인 것이다. 스포츠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이렇게 다양한 감각정보를 처리하고 실행하는 무수히 많은 연습기회를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필자의 대학시절에는 운동 중에 뇌로 가는 혈액량에는 변화가 없다고 배웠다. 그리고 태어나면서 한 번 생성된 뇌세포의 수효는 변화가 없으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서서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운동 중 뇌혈류량이 증가하며, 장기적인 효과로서는 새로운 뇌혈관이 생성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어린 뇌세포의 생성을 확인할 수 있는 조직 염색약의 발견 등을 통해서 운동이 새로운 뇌세포의 생성을 촉진하고, 뇌신경망을 더욱 조밀하게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운동은 치매에 대해서도 매우 효과적인 비약물적인 예방책이 된다. 치매는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뇌 해마부위에서 신경세포의 사멸속도가 정상보다 빠르게 일어나면서 발생한다.

또 운동을 할 때 세로토닌, 도파민을 비롯한 뇌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균형을 이루게 되어서 긍정적인 기분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즉 운동은 매우 효과적인 항우울제이다. 공부나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뇌에게 유쾌한 메시지를 보내자. 그 방법은 컴퓨터 전원을 켜거나 책을 펴기 전에 먼저 나의 팔다리와 몸통의 근육을 움직이는 것이다. 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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