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방사광가속기의 전자총. 전자총에서 전자를 발생시키면 80 MW급 고출력 고주파 발생장치 12대를 이용해 160 m 길이의 직선 가속관을 통해서 가속된 전자의 에너지는 30억 전자볼트(30 GeV) 가 된다. 사진=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 제공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전자총. 전자총에서 전자를 발생시키면 80 MW급 고출력 고주파 발생장치 12대를 이용해 160 m 길이의 직선 가속관을 통해서 가속된 전자의 에너지는 30억 전자볼트(30 GeV) 가 된다. 사진=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 제공
빛은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과학의 도구다. 우리는 빛을 통해 머나먼 은하계에서부터 아주 작은 원자의 세계까지 볼 수 있다. 반도체, 바이오, 재료공학, 의학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세계 물질 탐구에서 비롯되는 것들이 많다. 이에 따라 더욱 강한 빛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전문가들이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위해 논의를 이어가는 이유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 융복합소재 개발에 필수적 국가시설인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위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2차 전문가 자문회의`를 지난 25일 연구원에서 개최했다고 밝혔다.

방사광 가속기는 전자를 가속시키는 장비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여기의 방사광 가속기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포항방사광가속기가 운영 중이다.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면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등 다양한 파장의 빛을 발생시킨다. 일반적인 가시광선으로는 원자나 분자 같은 미세한 물체를 직접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정밀표면 분석이나 물체구조 분석 시에는 파장이 짧은 자외선이나 X선을 이용해야 한다.

일상 생활에서 우리 주위의 물체를 볼 수 있게 하는 가시광선(전자파 중에서 사람의 눈에 보이는 범위의 파장)은 쉽게 만들 수 있고 또 쉽게 감지할 수 있다. 태양, 전등과 불은 가시광선을 만드는 대표적인 예다. 눈을 통해 가시광선을 볼 수 있고 사진필름으로 그것을 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재래식 광원들은 빛의 세기가 약하고 원하는 파장을 마음대로 선택해서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기존의 광원보다 수 백만배에서 수 억배에 이르는 강력한 빛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인공적인 빛, 방사광이다.

방사광은 가시광선으로는 투과할 수 없는 물질을 투과할 수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은 가시광선으로는 투과할 수 없는 피부나 근육을 투과해 부러진 뼈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차세대 방사광 X-선은 이보다 한발짝 더 나아갔다. 심장의 운동과 근육의 미세한 진동을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을 뿐더러 해상도는 1000분의1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초음파보다 1000배나 뛰어나다.

2015년 완공된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기존 3세대가 의료용 X선 보다 100만 배 밝았다면, 4세대는 3세대 보다 1억 배 더 밝고, 태양보다는 100경 배 더 밝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전문가 자문회의`는 새로운 방사광가속기 구축의 필요성을 토론하기 위한 자리다.

우리나라는 3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PLS-II(Pohang Light Source-II)를 운영 중이나, 최근 소재부품산업의 비약적인 수출 증가로 이용자가 급증해 시설 포화 상태에 근접한 상황이다. 방사광가속기의 주요 응용분야가 소재분야(60%)이기 때문에 융복합소재 개발이 중점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시설 포화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일본, 중국, EU 등은 융복합소재 개발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현존하는 3세대 방사광가속기보다 방사광의 밝기와 크기가 100-1000배 뛰어나고 50개 이상의 실험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4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국가핵융합연구소, 기초과학지원연구원, 포항가속기연구소, 숙명여대, 광주과기원, 한양대, 경희대, 카이스트, 포스코ICT, 포스코건설 등 방사광가속기 산학연 전문가 50여명이 참석해 방사광가속기 이용 현황 및 애로사항, 최신 방사광가속기 세계 동향,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필요성 등을 토론하고,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성능, 응용 분야, 구축 후보지 조건, 구축 주관기관 및 컨소시엄 형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이번 자문회의는 시설 포화 해결과 더불어 새로운 차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구축을 모색해 고부가가치 융복합 소재개발경쟁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하는 중요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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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위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2차 전문가 자문회의`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지난 25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위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2차 전문가 자문회의`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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