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미래 융복합소재 개발에 필수적 국가시설인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위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2차 전문가 자문회의`를 지난 25일 연구원에서 개최했다고 밝혔다.
방사광 가속기는 전자를 가속시키는 장비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여기의 방사광 가속기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포항방사광가속기가 운영 중이다.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면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등 다양한 파장의 빛을 발생시킨다. 일반적인 가시광선으로는 원자나 분자 같은 미세한 물체를 직접 관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정밀표면 분석이나 물체구조 분석 시에는 파장이 짧은 자외선이나 X선을 이용해야 한다.
일상 생활에서 우리 주위의 물체를 볼 수 있게 하는 가시광선(전자파 중에서 사람의 눈에 보이는 범위의 파장)은 쉽게 만들 수 있고 또 쉽게 감지할 수 있다. 태양, 전등과 불은 가시광선을 만드는 대표적인 예다. 눈을 통해 가시광선을 볼 수 있고 사진필름으로 그것을 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재래식 광원들은 빛의 세기가 약하고 원하는 파장을 마음대로 선택해서 이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기존의 광원보다 수 백만배에서 수 억배에 이르는 강력한 빛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인공적인 빛, 방사광이다.
방사광은 가시광선으로는 투과할 수 없는 물질을 투과할 수 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X-선은 가시광선으로는 투과할 수 없는 피부나 근육을 투과해 부러진 뼈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차세대 방사광 X-선은 이보다 한발짝 더 나아갔다. 심장의 운동과 근육의 미세한 진동을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을 뿐더러 해상도는 1000분의1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초음파보다 1000배나 뛰어나다.
2015년 완공된 `포항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기존 3세대가 의료용 X선 보다 100만 배 밝았다면, 4세대는 3세대 보다 1억 배 더 밝고, 태양보다는 100경 배 더 밝다.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전문가 자문회의`는 새로운 방사광가속기 구축의 필요성을 토론하기 위한 자리다.
우리나라는 3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PLS-II(Pohang Light Source-II)를 운영 중이나, 최근 소재부품산업의 비약적인 수출 증가로 이용자가 급증해 시설 포화 상태에 근접한 상황이다. 방사광가속기의 주요 응용분야가 소재분야(60%)이기 때문에 융복합소재 개발이 중점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시설 포화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일본, 중국, EU 등은 융복합소재 개발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현존하는 3세대 방사광가속기보다 방사광의 밝기와 크기가 100-1000배 뛰어나고 50개 이상의 실험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4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국가핵융합연구소, 기초과학지원연구원, 포항가속기연구소, 숙명여대, 광주과기원, 한양대, 경희대, 카이스트, 포스코ICT, 포스코건설 등 방사광가속기 산학연 전문가 50여명이 참석해 방사광가속기 이용 현황 및 애로사항, 최신 방사광가속기 세계 동향,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 필요성 등을 토론하고,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성능, 응용 분야, 구축 후보지 조건, 구축 주관기관 및 컨소시엄 형태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이번 자문회의는 시설 포화 해결과 더불어 새로운 차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구축을 모색해 고부가가치 융복합 소재개발경쟁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하는 중요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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