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행 3번, 약속장소에 가기 위해 매일 타던 자가용을 놓고 오랜만에 버스를 탔다. 정부청사에서 탄 버스는 갈마네거리, 월평 3거리, 원신흥동을 지나 잘 닦인 전용도로로 막힘없이 목적지를 향해 갔다. 필자는 모처럼 도심 속 운전에서 벗어나 버스 창밖 주변 풍경을 보며 여유를 즐기며 갔다.

목적지에 다다를 쯤 몇 년 사이 더욱 번화한 도안동이 눈에 들어왔다. 빈 공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빼곡하게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고 근처 산들은 아파트 숲 사이로 그 자태를 감추고 있었다. 도로들은 마치 개미집처럼 계속 연결되고 확장되고 있었다. 필자의 기억 속 도안동 풍경은 잘 닦인 버스전용도로가 있는 신도시가 아니었다. 유성에서 가수원을 이어주는 구불구불한 좁은 도로와 그 옆 논과 밭들이 펼쳐진 자연과 공존하는 동네였다. 옛부터 도안은 남쪽의 구봉산과 가수원골을 가로지르는 갑천, 유성천이 만나는 지리적 특성으로 습지가 발달해 가뭄이 잘 들지 않는, 대전에 몇 안남은 비옥한 토지를 갖은 동네였다. 도안은 벼농사를 기반으로 성장했으며 그로 인해 도안민요나 농악, 두레 등 이곳만의 유서 깊은 삶의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동네였다.

현재의 도안은 신도시 개발로 활동의 확장성과 편리함을 갖춘 화려해진 도시가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생활의 편리함을 위한 개발이 옛 도안지역의 문화를 흘러간 유행가처럼 기억 속으로 사라지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약속을 끝내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필자는 최근 본 기사가 우리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존, 개발이 공존하는 파리의 도시재생` 여기서 비춰지는 파리시의 개발과 옛 모습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내조명, 오랜 문화가 있는 건물들, 일반가정의 창틀까지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하지만 파리시가 보존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파리 동쪽에는 슬럼화 된 우범지대를 초현대식 건물 등을 통해 도시의 분위기와 문화를 바꾸는 개발도 함께 시행됐다고 한다.

필자는 신도시개발을 통해 편리하고 화려한 현대적 건물에만 매력을 느낄 것이 아니라 파리시의 사례처럼 기존의 문화를 공존하고 이해하는 법을 우리 모두가 깊히 고민하며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 한다. 백요섭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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