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합창음악극, 마지막 편지

지난 19일,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다섯 애국열사의 삶이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합창음악극 `마지막 편지`를 통해 관객 앞에 섰다.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이 기존의 무대에서 보여주었던 공연형태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음악극을 시도한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번영이 거저 얻은 것이 아니며 나라를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가 시종일관 음악극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우선 전체 음악극에서 유관순, 윤봉길, 안중근이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각각의 인물이 겪은 사건은 독립운동과 나라사랑이라는 공통된 주제 아래 옴니버스 형식으로 연결된다. 스산한 겨울바람 소리와 함께 주요 인물들이 무대에 등장해 태극기를 든 군중과 장렬하게 움직이며 만세 만세를 외치던 비장함은 비극의 서막에 불과하다. 일제 강점기, 나라를 빼앗긴 암울한 시절에 우국충정의 삶을 살았던 애국지사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옷깃을 여미고 숙연해진다. 그렇기에 독립운동가의 영웅적인 행동을 진지하게 표현한 합창음악극은 그 자체로 범접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새로움의 시도와 애국계몽의 기능을 뛰어 넘어 최종적으로 예술작품으로서 무엇을 보여주었는가에 대한 성찰은 피할 수 없다.

예컨대 유관순 열사와 윤봉길 의사가 감옥에서 고초를 겪는 장면은 사실에 근거했지만 표현의 순화나 예술적 손길이 필요하다. 마치 선언문을 연속적으로 외치는 듯 강하고 어두운 대본으로는 완급조절의 예술적 특성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더구나 연출에서 지나치게 연극적 요소를 강조하다 보니 합창비중이 적지 않았음에도 전문연기자와 음악가들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음악적 성취는 주목할 만하다. 열성적으로 노래하고 연기한 합창단은 진정 애국심에 기반한 열의를 감동적으로 드러냈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드러난 허걸재의 창작음악은 작품의 확대 재생산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상황에 따라 인물을 선택해서 무대에 올릴 수 있기에 음악과 연기의 비중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버전으로 등장할 수 있는 장점 또한 시사했다.

이와 같이 합창음악극 마지막 편지는 나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던 교육적 기능과 함께 예술적 해석이 중요함을 제시했다. 역사는 사실이라고 믿고 있지만 어떤 사실을 나열하고 누구를 선택해서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이미 주관의 가치판단과 예술의 미적 해석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오지희 음악평론가·백석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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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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