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천안 서북구 한 아파트에서 30㎝ 길이의 식칼이 아파트 단지에 떨어진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애먼 사람을 잡을 뻔했다. 경찰 수사를 통해 누구 소행인지 밝혀내는 한편, 차제에 고층 아파트에서의 괴(怪)낙하물 사고에 대한 경종을 울릴 필요성이 크다. 지난 19일 낮 평택 고층아파트에서는 1.5kg짜리 아령 1개가 떨어지는 바람에 50대 입주민이 크게 다친 일이 있었던 터다.

경찰은 문제의 식칼을 국과수에 보내 유전자(DNA) 감식을 의뢰해 칼자루에서 DNA 검출 통보를 받은 모양이다.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는 핵심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입주민 동의를 전제로 DNA 분석결과를 실(實)입주민들의 것과 비교해 보면 용의자가 좁혀질 것이다. 아울러 주변 CCTV를 확인해가며 칼을 떨어트린 사람에 대한 탐문수사도 병행하고 있어 용의자를 찾는 데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식칼이 떨어져 내린 이 아파트 해당 동(棟)의 경우 7가구 정도 입주해 있는 것도 수사에 속도를 올릴 수 있는 환경이라 할 수 있다.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식칼이 떨어진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사의다. 주방용 도구가 아파트 전면 바닥에 떨어져 내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봐야 합리적이고 그렇다면 누군가가 손에 들고 있다가 창문 밖으로 떨어뜨렸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보통 크기의 식칼이 고층 가구에서 떨어지면 가속도가 붙기 마련이고 만약 그 때 다른 입주민이나 행인이 낙하 반경내에 있었더라면 치명적인 상해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찔하기 짝이 없다.

고층 아파트에서의 일체의 낙하물 사고는 위험천만이다. 윗층 세대 사람들의 방심이 큰 화를 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안 아파트 사건은 낙하물이 식칼이어서 섬뜩하다. 경우에 따라 `미필적 고의`로 몰릴 수도 있는 사안이다.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해서도 관련자를 밝혀내는 게 먼저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