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 칼럼] 한방다이어트

어느 덧 여름이다. 마트의 과일코너에는 수박이 위용을 뽐내고, 백화점 의류코너에는 가볍고 짧아진 신상이 고객을 유혹한다. 계절에 민감한 어린 학생들의 옷차림과 신발을 보노라면, 여름이 바로 여기 있음을 실감한다. 무더운 여름은 노출을 부른다. 옷감은 가벼워지고, 기장은 짧아진다. 선크림으로 피부를 보호한다 지만, 드러나고 비쳐지는 셀룰라이트를 감출 길 없을 때, 여성의 공포지수는 올라간다. 치부가 드러나는 그 아찔한 고통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여름은 누군가에게는 매력을 어필할 노출의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온몸을 꽁꽁 싸매야만 하는 공포의 계절인 것이다.

비만은 한의학적으로 `습(濕)`으로 본다. 인체 구성성분 70%가 물이라고 하니, 수습의 정체가 비만의 원인이라는 사실은 쉽게 수긍이 간다. 설 연휴에 고속도로가 꽉 막히듯이, 인체 어딘가에 과도하게 수분이 정체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결국 체질에 따라 이 수분을 어떠한 경로로 배출할 것이냐가 다이어트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동의보감의 편찬자인 허준 선생이 깜짝 놀랄 다이어트한약은 도대체 무엇일까.

한방다이어트에서 재미있는 사실은 체질마다 원인과 치료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태음인은 전신비만이 특징인데 체표의 수습정체, 곧 땀의 배설이 문제가 된다. 따라서 태음인은 마황과 의이인이라는 한약재가 주가 된다. 소양인의 비만은 상체비만이 특징인데, 주로 스트레스로 인한 과식이 원인이 되기에 식욕을 억제해주는 석고라는 약재가 주가 된다. 소음인의 비만은 하체비만이 특징인데 소화기능이 떨어져서 오는 문제이므로, 소화기능을 올리고 소화기에 정체된 수분을 제거해주는 창출과 진피라는 약재가 주가 된다.

이렇게 원인을 파악하고, 한약을 복용하면 정말 살이 빠질까. 정답은 빠질 수도 있고, 다시 찔 수도 있다. `관성의 법칙` 때문이다. 몸은 관성을 이겨내기에는 너무 나약하다. 조금만 방심하거나, 근본원인이 되는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요, 공든 탑도 무너지게 마련이다.

비만관리에 있어서 필수적인 생활습관은 저녁식사를 가볍게 하고 음주와 간식을 끊어야 하며 하루 30분씩 걷거나 운동을 하는 것이다. 이 세가지만 지켜도 몸은 가벼워지고, 과도하게 정체된 수분이 땀으로, 대소변으로 원활히 배출된다. 한방다이어트의 성공은 결국 체질에 따른 한약복용과 건강한 생활습관이 병행되어야만 하는 진부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시골은 한창 모내기 시즌이다. 모내기를 하기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물꼬관리다. 물꼬는 가뭄에는 물을 저장하고, 장마에는 물길을 열어 논에 필요한 적당한 물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인체에서 물꼬는 무엇에 해당할까.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수분을 조절한다는 점에서 땀, 소변, 대변을 배설하는 피부, 비뇨기, 항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이어트에 있어서 이보다 더 상위에 존재하는 물꼬는 뭘까. 바로 입이다. 식욕중추의 통제를 받는 인체의 입구야말로 가장 윗길에 있는 물꼬가 아니겠는가. 비만관리의 시작은 결국 입인 것이다.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배터지게 먹지 말며, 편안케 뒹굴지 말라(食無求飽, 居無求安)`는 논어(論語)의 한 구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정수 원광한약국 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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