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남
권오남
"다른 사람의 눈물은 물일뿐이다."

몇 해 전 책을 읽다 이 말을 처음 접한 나는 한참 동안 이 글이 쓰여진 책장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러시아 속담이라는 이 말을 보고 처음 떠오른 생각은 `척박한 시베리아의 얼음땅`, `수염이 덥수룩한 건장한 러시아 남성`, `살아남는 법`, `동정은 사치` 등의 상념(想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이 속담이 향하는 곳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눈물에 대한 외면을 말하는 것이 아닌 눈물을 무기로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회피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말라는 의미로 생각되었다. 러시아에서 실제 어떤 의미로 사용하는지 알지 못 하지만 난 그 당시 후자의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는 24일과 25일 후보자등록을 시작으로 다음달 7일과 8일 이틀간 사전투표가 진행되고, 13일 선거일의 투표 및 개표를 끝으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대장정이 마무리된다. 물론,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선거비용 보전 및 정치자금조사 등 선거와 관련된 업무가 지속되지만 공식적인 선거는 다음달 13일 끝나게 되는 것이다. 길게는 지난해 연말 짧게는 예비후보자등록이 시작된 3월부터 지금까지 많은 준비과정이 있었다. 유권자의 시선에서 보면 길거리에 현수막과 선거벽보가 내걸리고, 귀가 아플 정도로 로고송이 흘러넘치는 짧은 2주 동안 선거가 진행되는 것처럼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보다 더 선거사무 준비는 일찍 시작되며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투표소 설치장소를 물색·점검하고, 각종 용구·용품 등을 준비하고, 사전투표준비를 위한 모의시험, 선거인명부작성 준비, 선거벽보·선거공보의 접수·확인 및 첩부·발송 등 특히나 지방선거에서는 많은 후보자들로 인해 그 어려움이 배가된다. 이러한 많은 일들을 소수의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을 대신해 선거사무를 수행하는 선거사무관계자들에게 늘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낀다. 각 동선거관리위원회의 간사·서기를 비롯한 (사전)투표관리관·사무원들은 대부분 공무원 및 각급 학교 교직원들로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며 선거사무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갈수록 복잡다단해지는 선거사무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선거마다 묵묵히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선거사무를 수행하는 그들에게 사전투표와 선거일의 투표관리는 해가 갈수록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단순히 휴일에 본연의 일이 아닌 일을 해야 하기 때문도 새벽 4시에 일어나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가는 것에 비해 수당이 적어서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의 첫 문장처럼 그들의 눈물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 속상한 것이라 생각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에게 누군가는 특히 우리 선거관리위원회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항상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고마워요, 힘을내요 그대" 유권자들에게도 부탁하고 싶다. 오는 지방선거의 투표소에서 마주치는 투표사무원에게 작은 미소와 수고의 인사말을 전해달라고. 권오남 대전 유성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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