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을 거듭한 유성복합터미널 건설 사업이 본격화되는 모양이다. 대전도시공사는 4차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그제 2순위 업체인 케이피아이에이치와 협약을 맺었다. 지난 3월 본계약 체결 협상을 시작한 지 70일 만이다. 케이피아이에이치는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의 신축 건물 중 지하·지상 1층에 버스터미널을 운영하고, 그 위로 오피스텔과 상업시설을 지어 분양한다는 구상이다. 난산 끝에 옥동자를 보듯 사업이 성공해 서북부권 시민의 숙원을 풀어주기 바란다.

유성복합터미널 신축은 난항에 난항을 겪은 게 사실이다. 케이피아이에이치와의 협약도 2010년 3월 1차 사업자 공모 시점으로 보면 무려 8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롯데컨소시엄 같은 굴지의 기업들이 뛰어들었음에도 추진 의지 결여로 번번이 물거품이 됐다. 철저히 자기 잇속만을 저울질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도시공사와 사업자는 계획대로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야 마땅하다.

논란도 적지 않다. 오피스텔 분양을 허용하면서 도마 위에 오른 특혜 시비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24만 4000㎡의 건물면적 중 오피스텔이 30.3%로 가장 많다. 반면 여객터미널은 18.4%, 판매(근생)시설은 29.8% 정도에 그친다. 공모에 잇달아 실패하면서 나온 고육지책이라고는 하나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규제를 완화했다는 지적을 한 귀로 들어선 안 된다. 150억 원 규모가 투입된 기반시설 성격의 터미널 진입로 개설 사업비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여론으로 볼 때 협약을 체결하면서 상생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건 아쉽다. 성공의 관건은 실시계획수립 등 행정절차 이행과 더불어 지역과의 상생에 달려 있다. 상업시설에 들어갈 업종이 주변 상권과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조정하는 게 급선무다. 사업비가 6000억 원대에 달하는 만큼 지역 건설업체 참여도 모색해 볼 만하다. 그동안 양치기 소년 행태를 보여온 시와 도시공사의 대응력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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