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우여곡절 끝에 본회의를 열고 의원 체포동의안을 처리했지만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국회는 어제 표결을 통해 자유한국당 홍문종·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 홍 의원은 사학재단을 통한 불법자금 수수혐의로, 염 의원은 강원랜드 채용청탁 의혹 등으로 각각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개정된 국회법은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뒤 72시간 이내에 처리토록 하고, 기한을 넘기면 이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해 우선 처리토록 하고 있다. 과거 정해진 시간 내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됐던 이른바 `방탄국회`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국회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표결 결과는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된 국민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특권 내려놓기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러다 보니 체포동의안 부결이 정당한 권리 행사라기보다는 `제 식구 감싸기`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투표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무기명 투표결과 홍 의원은 찬성 129표 반대 141표, 염 의원은 찬성 98표 반대 172표로 각각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반대표가 자유한국당 의석수(113석) 보다 많게 나온 것이다. 다른 야당은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부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추산이 가능한 대목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의총에서 `찬성`을 권고적 당론으로 채택했음에도 동업자 의식을 발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두 의원의 구속영장은 자동으로 기각됐다. 검찰은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를 해야 된다. 누구든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기관에 나가 조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국회의원과 국회도 더 이상 체포동의안이라는 특권 뒤에 숨거나 숨겨줘서도 안 된다. 국회가 언제쯤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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