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 교섭단체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부 개헌안 철회를 요청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개헌안에 대한 국회 의결 시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권의 철회 요청 카드는 모양새 면에서 나쁘지 않다. 국회에서 개헌안 철회 청원이 오게 되면 대통령도 어느 정도 체면을 살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최종적인 판단은 대통령 몫으로 남는다. 선택지는 두 개다. 표결절차를 고수하거나 아니면 개헌안 발의를 거둬들이거나 결심해야 한다.

정부개헌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정상 처리해야 한다는 당·청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오는 24일 원포인트 국회 본회의를 열어 가분간 표결을 봐야 한다. 문제는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느냐인데 현실적으로 회의론이 우세하다. 야당의 도움이 없이 이대로 가면 부결 또는 폐기가 기정사실화될 수밖에 없다. 이를 알고도 밀어붙이다면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봐야 한다. 특히 정부개헌안을 발의한 대통령의 노력이 퇴짜를 맞는 듯한 불편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는 문제다. 이를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현명하다 할 것이고 그렇다면 야당들의 개헌안 철회요청을 전향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여겨진다.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이게 말처럼 쉽게 행동으로 옮기는 게 여의치 않을 수는 있다. 6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투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개헌안철회가 까다롭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치는 현실이고 때로는 직진하기보다 돌아가는 것이 국민이익에 부합한다면 필요 이상 주저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철회해도 개헌 이슈와 논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회헌정특위 활동 시한이 6월 말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그때 쯤 이면 핵심 윤곽은 잡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가 마음 먹고 달려들면 개헌안을 합의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도 없다. 게다가 정부개헌안이 철회되면 여야 정치권 책무가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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