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은 250년에 달하는 전국시대의 혼란을 평정한 인물이다. 전국 7웅 중 다른 여섯 나라를 모조리 멸망시키고 중국을 최초로 통일했다. 진왕은 신으로 추앙받던 고대 삼황 오제들보다 자신이 더 낫다고 여겼고 황제라는 새로운 호칭을 만들어냈다. 신하들의 조언을 받아 스스로를 칭할 때는 짐(朕)이라는 말을 썼다. 짐은 원래 나를 뜻하는 말이었지만 진시황 이후에는 황제만 사용하게 됐다. 조짐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떤 일이 생겨나기 전 보이는 징조라는 뜻이 됐다. 실체 없이 기운으로 존재하면서 세상만물을 다스리는 존재인 신이 되고픈 시황제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민주 정치는 공명(公明)하게 드러내지만 전제 정치는 신비주의를 선호한다. 지배자는 자신을 표면에 드러내지 않아야 지배하기가 쉽다. 알 수 없는 존재는 공포감을 준다. 천자가 국민을 직접 지배하지 않고 표상 뒤에 숨었던 이유다. 우리나라에서도 임금이 행차할 때 용안을 함부로 쳐다보는 건 대단한 불경이었다.

시황제는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려고 아방궁이란 캠프를 지어 스스로를 격리시키기도 했다. 어느 날 진시황은 자신의 심복 이사의 행차가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것을 보고 무심코 `이사가 요즘 간이 부은 모양`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며칠 후 이사의 행차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를 본 진시황은 혼잣말을 했을 때 주변에 있었던 궁내인 200여 명을 모두 참수해 버렸다. 신의 언행을 함부로 보고 들었기 때문이다. 국정도 스스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환관을 통해 처리됐다. 환관의 수장 조고는 호가호위하면서 막대한 권력을 누렸다. 결국 호랑이가 병으로 죽자 조고는 가장 사나운 호랑이 새끼인 진시황의 맏아들 부소를 계략을 꾸며 죽게 만들고 어리석은 둘째 호해를 황제로 내세웠다. 신이 되고자 했던 영웅 진시황은 제때 염을 치르지도 못해 썩어가며 천하에 악취를 풍겼다. 소통의 부재가 가져온 비극이다.

한 지방선거 후보자가 잇단 토론회 불참으로 상대 후보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중앙당 행사에 얼굴을 비추는 것도 중요하다. 워낙 소속 정당 지지율이 높아 굳이 말을 섞어봐야 얻는 건 적고 잃는 건 많을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 후보자 토론회는 다른 경쟁자들과 논쟁을 벌이는 자리가 아니라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기회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용민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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