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 당진-대전고속도로 한 교각에서 근로자 4명이 작업 중 30여m 아래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하던 교량 점검시설(경사형 계단)이 갑자기 무너져 내린 걸 보면 전형적인 인재가 아닌 지 의심이 든다. 현장에는 감독자나 동료가 없어 실제 사고에서 발견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잊을만하면 이런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으니 안전한 대한민국은 언제나 구현될지 답답한 노릇이다.

경찰은 현장 점검에서 교량 하부와 교량 점검시설을 고정하는 앵커볼트가 떨어져 나간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단단히 고정돼 있어야 할 앵커볼트가 잘못 시공돼 사고가 났을 개연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사고 가능성을 안고 작업한 셈이 된다. 근로자들의 안전관리 준수 여부와 더불어 반드시 규명해야 할 대목이다. 위험한 작업을 하는 데도 감독자가 없었던 이유도 분명히 밝히길 바란다.

공교롭게도 사고가 난 시기는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 기간과 맞물려 있다. 재난 초기 긴급구조기관 출동 시까지의 필수 활동인 재난대피 및 긴급대응 등 현장 초동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올해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 634개 곳이 참여한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이다. 그 와중에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고, 현장엔 근로자 뿐이었다니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졌을 리 만무하다. 재난대응 훈련이 무색할 지경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그토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쳤건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해상 안전사고는 여전하고,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에서 보듯 국민의 안전불감증도 그대로다. 후진국형 안전의식을 고치지 않고선 유사 사고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안전을 지키려는 노력 없이 안전한 사회, 안전한 대한민국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재(人災)로 인한 비극은 겪을 만큼 겪었다. 제 아무리 천 가지 대책을 세운들 점검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인재는 또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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