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섬나라로 비유된다. 남북 간 교류가 단절된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을 거쳐 대륙을 가는 것이 사람이든 물자든 자유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는 부침을 거듭하다가 지난 2010년 5.24조치로 남북교역 및 교류가 중단되어 최근까지 경색국면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전례 없는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남북정상회담까지 개최되었다. 더 나아가 북미 정상회담까지 예정되어 있으니 이는 과거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남북한 관계의 대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남북한 관계 개선으로 다양한 분야의 협력 사업이 기대되고 있다. 관광, 경협, 철도, 해운 등의 분야에서 이미 경험이 있었다. 1998년 금강산관광,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이루어진 개성공단 사업, 경의선 등 철도 연결 사업, 2005년 남북해운합의서에 따른 연안해운 운송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들은 남북관계의 단절로 진출 및 투자 기업들의 손실로 이어졌고, 이후 사업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남북화해 무드로 이러한 사업들의 재개 내지 확대가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북측이 제시한 산림지원 사업 등과 우리의 다양한 아이디어 차원의 신사업들도 거론되고 있다.

거론되는 모든 분야가 남북교류를 위해 중요하다. 그런데 사업의 우선순위, 추진가능성과 기대효과를 보았을 때 남북경협의 주요 분야 가운데 해운분야를 꼽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몇 가지로 지적할 수 있다. 첫째, 경제협력의 우선은 교역이기 때문이다. 물자와 인력의 이동이 자유로워져야 남북한 간 문화적·경제적 교류 확대와 상대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화물과 여객의 물리적 이동을 넘어 모든 교류의 전제가 해운이라고 할 수 있다. 해운이 남북경협의 첫 단추를 꾀어야 화물과 여객의 이동을 필요로 하는 공장건설, 자원개발, 그리고 관광 등 다른 분야의 경협이 용이하게 추진될 수 있다.

둘째, 항공 및 철도 분야도 이러한 기능이 기대되는 분야이다. 그러나 당장에 추진 가능한 수단은 해운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이미 남북해운합의서에 의한 경험이 있고, 북한의 모래수입 및 자원운송 등이 현재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이나 철도보다는 해운에 맞아 보인다. 항공의 경우는 획기적인 항로개방이 이루어지더라도 대량의 화물운송에는 적합하지 않고, 철도는 북한 철도의 상황에 대한 점검과 철도 건설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해운의 경우에도 낙후한 북한 항만에 대한 항만개발이 필요하나 이는 교역규모의 추이를 보아 순차적인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기대효과 측면에서도 해운 교류의 효과는 적지 않다. 특히 중장기 효과가 기대된다. 북한의 남북관계 개선의 복심은 세계 개방화에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북한도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평가받는 것이 목표로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도 세계무역을 확대하고, 경제성장에 대한 욕구가 있지 않겠는가? 이러한 북한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해운이다.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쿼츠(Quartz)는 북한의 광물이 약 8050조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고 한다. 이러한 자원의 수출을 가능케 하는 것이 해운일 것이다. 즉 남북한 연안운송 교류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인 북한해운에 대한 장기적인 협력 방안이 요구된다.

북한은 그동안 폐쇄된 사회로 운영되었다. 그 결과 북한의 해운이나 항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다. 우선적으로 정부실무자와 전문가그룹의 남북한 교류가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에 대한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어느 부분에 대한 교류가 가능한지 조속히 파악해야 한다. 막연한 준비 속에서 교류 확대에 대한 압력이 커지면 졸속사업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막대한 정부자금을 들여 사업을 추진하기 보다는 민간부분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남북한 교류가 단순지원이 아닌 진정한 경제교류협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교류 협력이 해운을 통해 확대되어 남북한 경제가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태일 KMI 해운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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