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2년 부처님 오신날 혜광스님 인터뷰

도솔산 화암사에서 마음치유센터를 운영하며 상처받은 이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있는 혜광스님은
도솔산 화암사에서 마음치유센터를 운영하며 상처받은 이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있는 혜광스님은 "남과 비교해서 괴롭고,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면 재앙이 싹트기 마련"이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희망을 놓지 않으며 용기를 갖고 가능성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호철 기자
`즉시현금 갱무시절(卽是現今 更無時節)`. 지금이 할 때이고 그 때는 다시 없다는 말이다. 이는 한번 지나가 버린 과거를 가지고 되씹거나 아직 오지도 않는 미래에 기대를 두지 말고, 바로 지금 그 자리에서 충실하게 살라는 뜻이다.

뒤로는 도솔산을 두고, 앞으로는 서구 변동의 주택가를 품고 있는 화암사에서 삶에 지친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고 있는 혜광스님은 부처님오신날에 새겨야 할 의미로 이 말을 남겼다. 내가 가진 좋은 빛깔과 향기를 찾으라는 것이다. 혜광스님은 도솔산 화암사에서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도솔노인복지센터와 마음치유센터를 운영하고 독거노인 무료급식, 무료 한방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스님의 사형이기도 한 그는 `나`라는 존재가 아주 훌륭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며 진정한 `행복`을 선물하고 있다.

-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현대인들이 마음에 새겨야 할 부처님의 말씀이 있다면.

"삶은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는 것을 부처님오신날 잘 새겨야 한다. 부처님의 설명은 명쾌하다. 중생이 중생인 이유는 바로 거짓투성이의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집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처님은 현실을 바로 보라고 강조하시며 쓸데없는 집착을 없애버리라고 가르치신다.

불교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내 안목을 바꾸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하는 종교다. 세속의 안목은 눈에 보이는 현상을 고치는 것이지만, 불교의 안목은 자신의 안목을 바꾸는 수행이다. 우리가 가야할 곳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 청년실업률이 매달 고공행진 중이다. 퇴사를 고민하는 사회초년생 역시 그만큼 늘고 있는 현실이다.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살면서 성공과 실패가 아닌 가치를 가지고 살아야 한다. 나 자신이나 타인을 조금이라도 돌보고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어떤 위기에서도 용기를 내면 살 길이 열린다. 돈, 사랑, 직업은 영원하지 않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자기의 성품을 관리는 마음경작이 가장 중요하다. 마음의 토양이 경작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씨를 뿌린 들 소용이 없다. 남과 비교해서 괴롭고,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면 재앙이 싹트기 마련이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희망을 놓지 않으며 용기를 갖고 가능성에 충실한 삶을 살다 보면 그곳에는 절망도 좌절도 없다. 희망은 삶을 이루는 보약이며 절망은 지옥이다."

- 마음치유센터를 운영하며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현대인들의 마음상태는 어떤가.

"현대인들은 마음이 너무 급하고 병들어있다. 가치와 기준을 돈과 학벌, 명예에 둔다. 그래서 고통이 생기고 불안하다. `일체유심조`라고 했다. 인연이 돼야 모든 것이 이뤄진다. 그 인연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현대인들은 내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게 미래의 나의 것이 된다는 것을 모른다. 행복의 조건은 생각을 바꿨을 때 이뤄지는데, 그걸 모르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서 마음치유학교를 통해 생각을 바꾸는 수행을 시키고 있다. `욕심을 줄이고 만족하며 살고`, `화내지 말고 웃으며 살고`, `나 혼자만 생각말고 더불어 살자`는 마음을 가르친다."

- 화암사는 현대적인 외관과 달리 절 내부는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그림과 서예작품들로 꾸며졌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절 내에 갤러리를 둔 이유는.

"근세에 큰스님들의 유물이 의미 없이 돌아다니는 것 보다 한 군데 모아서 단순히 글씨는 보는 것이 아니고 그 글에 새겨진 뜻은 살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선` 갤러리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사찰에 와서 글과 그림들을 감상하고 차도 마시면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 남북 정상 간의 만남으로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불교계가 할 일이 있을 것 같은데.

"화엄경에 `낙화유수`라는 말이 있다. 꽃이 떨어지면 열매를 맺는다는 말인데, 서로 양보하고 포용하고, 어디에 머무르지 않고 흘러가야 한다는 뜻이다. 옛 스님들은 남북은 꼭 통일된다고 이야기하셨다.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 평화와 화해의 움직임은 좋은 일로 본다. 같은 민족끼리 반목하고 대립하는 것은 없으면 좋겠고, 핵무기와 같은 인명을 대량 살상하는 무기는 이 기회에 폐기했으면 한다. 불교 차원에서도 남북불교교류회가 활동중이다. 남북의 불교가 함께 활동하면서 한반도 평화에도 일조하면 좋겠다. 또 우리가 통일의 원인을 심고 여야와 진보·보수를 떠나 남북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마음을 모으면 흙도 금으로 바뀌지 않을까."

- 더불어 지방선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에 임하는 사람들과 유권자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도자는 겸손하고 너그러워야 한다. 목에 힘을 주고 오만하면 소통이 되질 않는다. 또 지도자는 당당하고 자신있게 통치를 해야 한다. 저 사람이 나를 해하려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된다. 최고의 통치자는 정당과 계파, 신앙을 초원해 전체가 내 식구라고 여겨야 한다.

유권자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국민 앞에 겸손하고, 사회 앞에 너그러운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 사람 사는 세상은 정직함이 첫째고, 상식이 두 번째다."

- 화암사가 도솔산 아래 자리 잡은 지 13년째다.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받는 불교에서 주는 불교로, 산중불교에서 대중불교로 접근하면서 절을 통해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싶다. 특히 지역주민을 위한 마음치유학교를 설립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음이 괴롭고 불행한 사람을 위해 `심전경작`, 즉 마음의 밭을 경작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대담=곽상훈 취재1부장 정리=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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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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