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지역 대학들이 학과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학생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17일 지역 대학에 따르면 대전대가 서예디자인학과와 러시아언어문화전공학과, 배재대 연극영화학과, 대전과학기술대 패션슈즈디자인과·피부보건과 등이 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 대학들은 기본역량진단에서 60% 안에 포함되지 못할 경우 입학정원 감축은 물론 각종 지원사업에서 배제되는 페널티를 받게 된다.

대학 측은 이러한 상황에서 기본역량진단 평가지표에 포함된 취업률, 신입생 충원율, 재학생 충원율 등 각종 지표를 맞추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학의 존폐여부를 결정하는 정부 평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대학으로서도 고통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반면 학생들은 자신이 다니던 학과가 폐지되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대학의 이익을 위해 학생들이 희생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한 대학 학생은 SNS 게시판을 통해 "학교에 입학한 지 1개월 만에 갑작스런 폐과 통보를 받은 학생들의 기분은 어떨지 상상해 봤느냐"며 "학칙에 따라 재학생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는데 학생들의 답답함은 생각해 봤느냐"고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 학생은 또 "우리는 등록금을 당당히 내고 들어온 학생이다. 열심히 공부하며 재학중인 학생들이 왜 피해를 입어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학교는 학생들을 생각해 주는 게 당연한데 왜 대학의 이익만 추구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학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학내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역 대학들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인문학과의 통·폐합을 추진했으며, 당시에도 폐지되는 학과 학생들과 극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교육부의 평가지표에 따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를 폐지하고, 새로운 과를 개설하거나 경쟁력이 높은 과에 정원을 몰아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 등 위기에 따라 모든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순 없다"며 "이 뿐만 아니라 경쟁력이 없어 신입생 충원이 안 되는 학과는 운영비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도저히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정성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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