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환정책 투명성 제고방안이 나왔다. 올 하반기부터 6개월마다, 1년 뒤부터는 3개월마다 외환당국의 순거래내역을 공개하기로 했다. 외환시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공개 주기를 단축하되, 공개는 대상기간 이후 3개월간의 시차를 두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한 내용이다. 외환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자발적인 조치로 보이지만 사실은 미국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은 한미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외환시장 공개를 강력히 요구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다. 이로 인해 그동안 우리 정부가 인위적으로 원화가치 저평가를 유도한다는 오해를 사왔던 것도 사실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등이 우리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이유이기도 하다. 주요20개국(G20) 국가들도 중국과 인도네시아, 남아공,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를 제외하곤 모두 공개를 하고 있다. 미국, 일본, 호주 등 12개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국들은 2015년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매분기 말 3개월 이내 시차를 두고 공개하기로 했다. TPP 참가국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동참을 하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더라도 시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계적 공개를 통해 적응할 시간을 벌었고 정보공개 수준도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수출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나라다. 환율변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외환시장 규모가 커진 것은 맞지만 안정적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김동연 부총리가 "시장 급변동시 안정조치를 한다는 기존 원칙은 변함이 없다"고 밝힌 점은 다행이다. 외환시장 개입 공개로 시장이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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