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인구가 얼마 전 30만 명을 돌파했다. 2012년 7월 세종특별자치시로 출범한 지 5년 10개월 만에 인구가 3배나 늘어났다. 유사 이래 이처럼 빠르게 인구 성장을 이룬 도시도 없을 것이다. 세종시는 오는 2030년까지는 인구 8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불리는 신도심 사업지역 73㎢에만 50만 명이 거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시 출범 당시만 해도 이 같은 인구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세종시 건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도 `세종! 아직 연기군 수준 아닌가?`라는 인식들이 강했다. 세종시는 미래의 행정수도를 꿈꾸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저평가 받아 왔던게 사실이다.

이러한 의문을 불식시킨 사건이 바로 인구 30만 명 돌파다. 세종시는 전국 167개 시·군 중 37번째, 충청권에서는 대전, 천안, 청주, 아산에 이어 5번째로 30만 도시로 진입했다. 충청도의 조그마한 소도시로 여겨졌던 세종시가 이제 엄연히 중견도시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연기군 수준이라기 보다는 인근의 청주나 대전을 위협하는 도시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세종시는 매년 3-5만 명씩 인구가 증가했다. 도시개발 전문가들은 인구 30만 명이 되면 각종 기반 및 편의, 정주시설이 속속 입주하는 등 자족성 확보에 가속도가 붙는다고 평가한다. 인구 30만 명 돌파는 정치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다음 총선 때 국회의원이 2명으로 늘어나 그만큼 세종시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KTX세종역 설치도 경제성 부족으로 무산됐지만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수도 있다. 기업과 대학 유치, 대전도시철도 세종시 연결, 광역도로망 구축 등 대규모 프로젝트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세종시 인구는 3년 내 40만 명, 5년 내 50만 명 돌파가 점쳐진다. 도시가 완성되는 2030년에는 인구 80만 명, 그 이후에는 인구 100만 돌파도 불가능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인구 100만의 도시라면 중견도시를 넘어 대도시 반열에 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 30만의 중견도시 세종시가 넘어야 할 산도 많이 있다. 알다시피 세종은 투기 세력들이 활개치고 있는 곳이다. 믿기 어렵지만 `세종 땅은 불패`라는 인식 때문에 현장을 보지도 않고 토지를 구입하는 사례도 많다. 땅 좀 있는 사람이 주변에 산업단지 개발을 요구하는 민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종시에서 아파트 분양은 로또 당첨으로 불릴 만큼 어렵고 또 당첨이 되면 곧바로 프리미엄이 붙는다. 점심 식사 모임에서는 `아파트 로또` 이야기로 이곳 저곳 웃음꽃이 피어난다. 아이러니 하지만 세종시 인구 30만 돌파도 따지고 보면 아파트 투기 세력들이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그런데 최근 들어 세종불패 신화가 이곳 저곳에서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다. 시중의 상가는 텅텅 비어있고, 음식점들은 높은 임대료에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곳도 있다. 세종지역 산업단지에 입주한 업체들의 직원들은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정작 세종에서 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구글지도를 보고 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땅을 구입했다가 낭패를 당하는 사례도 있다.

세종시의 신도심인 행복도시와 인근 읍면지역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행복도시는 BRT도로와 건축물, 공공기관, 공원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데 반해 읍면지역은 여전히 낙후돼 있다. 세종의 신도심 인구는 시 출범 후 3.5배가 늘었지만 읍면 인구는 제자리 걸음이다. 인구 30만 도시가 됐지만 지역사회를 이끌어 가는 인적 자원도 풍부하지 않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일부 정당은 아직도 신도심 지역에서 후보를 공천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시는 겉보기에는 인구 30만 중견도시로 우뚝 섰다. 이제 도시의 그늘진 부분들을 더 눈 여겨 보고 보완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은현탁 세종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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