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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수의 음악산책] 일류와 이류

2018-05-17기사 편집 2018-05-17 17: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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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화가들의 작품들 중 경매에서 가장 고가로 거래 되는 많은 것들은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이다. 그의 작품은 피카소라는 위대한 예술가의 것이기에 그 가치가 있는 것인지 가끔 의아한 것이, 만약 같은 그림을 평범한 유치원 어린이가 그렸다고 하면 전혀 비율이 맞지 않는 괴상하고 특이한, 공감이 잘 되지 않는 수준의 그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일류와 그 밖의 비주류 예술가를 구별 하는 것일까?

작곡가 프레드릭 쇼팽 (F. Chopin)은 피아노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지만, 그는 당시 존 필드 (J. Field)와 요한 네포묵 훔멜 (J. N. Hummel)과 같은 작곡가들의 조금은 덜 유명했던 작품들을 천재적인 창의력을 발휘해 교묘하고 기발하게 자신의 작품에 인용을 했던 작곡가로도 유명하다. 오늘날 같이 SNS가 발달된 상황에서는 표절로 걸려서 불명예스러운 오점을 남겼을지도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존 필드의 녹턴은 오늘날 일반인에게 그다지 유명하지 않고 흔히 연주되지도 않지만, 쇼팽의 녹턴은 앵콜곡으로서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언제나 애청되는 all time favorite로 자리매김한 걸작이라는 사실이다.

소위 마스터 피스 (master piece)란 홍보와 포장,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행운이 좌우하는 것일까, 아니면 예술적 가치 그 자체가 만들어 주는 것일까. 미국의 유명한 음악학자 엘리자베스 톨버트 (Elisabeth Tolbert)는 여류작가이며 동성연애자인 작곡가는 작품이 아무리 훌륭해도 사회의 편견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묻히기 쉽다고 강력히 주장하지만 쇼팽과 필드의 차이에서 느낄 수 있듯, 비록 사소한 차이지만 일류와 이류의 작품들은 시대를 지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경지의 예술성이 좌우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쉽게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바로 패션(fashion)이다. 샤넬과 소위 복제품의 차이에서처럼, 미묘하지만 가장 주요한 차이점이 바로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와 일반 의류의 차이, 예술에서 말하는 일류와 아류인 작품들을 가려낸다고 생각한다.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는 기존의 형식과 구조라는 측면에서는 많은 결함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재현부의 시작에서 제1 주제가 통째로 생략되었어도 낭만시대를 대표하는 소나타로 인정받고 모든 피아니스트들이 도전하고자 하는 작품인 것은 분명 정제되고 세련된 예술성의 높은 경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피카소, 쇼팽과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을 생각해 보건대 미묘한 붓질 하나 또는 단 한 개의 음 차이가 가장 고가의 작품과 어린아이의 작품을 구분 하는 제로(zero)와 히어로(hero)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조윤수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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