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커피 1잔에 4분, 권총 1정에 3년, 스포츠카 1대에 59년.

국내에서 2013년 개봉한 영화 `인 타임(In Time)`은 모든 비용이 시간으로 계산된다는 독특한 소재의 영화다.

영화 속에서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노화를 멈추고, 팔뚝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에 1년의 유예 시간을 제공받는다. 이 시간으로 사람들은 음식을 사고, 버스를 타고, 집세를 내는 등,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시간으로 계산한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을 모두 소진하고 13자리 시계가 0이 되는 순간, 그 즉시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때문에 부자들은 몇 세대에 걸쳐 시간을 갖고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된 반면, 가난한 자들은 하루를 겨우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노동으로 사거나, 누군가에게 빌리거나, 그도 아니면 훔쳐야만 한다.

이 영화는 참신한 소재로 개봉 당시 큰 주목은 받았지만 큰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다. 개연성 없는 내용 전개와 불친절한 장면들이 관객들의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소재를 택했음에도 킬링타임용 영화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시간을 돈으로 바꿔 돈을 목숨처럼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윌 살라스는 매일 아침 자신의 남은 시간을 보며 충분한 양의 시간을 벌지 못하면, 더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눈을 뜬다. 그러던 어느 날, 수천 년을 살수 있는 헤밀턴이란 남자를 위험에서 구해준 윌은 그에게서 소수의 영생을 위해 다수가 죽어야 하는 현 시스템의 비밀을 듣게 되지만, 그 남자가 100년의 시간을 물려주고 시체로 발견되면서 졸지에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쫓기게 된다. 100년의 시간을 받았지만 버스를 탈 2시간이 없어 눈앞에서 어머니를 떠나보낸 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부자들만이 모여 사는 `뉴 그리니치`로 잠입한다. 그는 끈질긴 타임 키퍼 리온의 추적으로 체포될 위기를 맞지만, 와이스 금융사의 회장 딸인 실비아를 인질로 삼아 간신히 탈출한다. 이때부터 윌은 실비아와 함께 누명을 벗고 전세계를 통제하는 시스템의 비밀을 파헤치려 한다.

시간이 곧 화폐인 영화 속 빈부 격차는 `데이톤`과 `뉴 그리니치`라는 철저히 분리된 두 세계로 표현된다. 하루의 노동으로 시간을 벌어 내일을 살아야 하는 빈민가 데이톤은 모든 것이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천천히 걸을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무조건 달려야 하고, 심지어 먹고 마시는 것도 달리면서 해야 한다. 때문에 데이톤의 모든 것은 열정적이고 생기가 넘친다. 그에 맞게 카메라 앵글 또한 급박하고 빠르게 돌아가고 음악 역시 경쾌하고 빠른 음악으로 데이톤의 분위기를 극대화 시킨다. 하지만 뉴 그리니치에서는 몇 백 년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느리게 걸어 다니고 좋은 음식을 먹지만 조금만 먹으며 음주나 흡연도 하지 않는다. 또한 시간을 도난 당하지 않으려고 항상 경호원을 대동하고 다니며 단조로운 삶을 지속해 나간다. 데이톤과는 반대로 느리게 돌아가는 카메라 앵글과 느린 재즈 음악이 이곳의 분위기를 대신한다.

인플레이션, 빈곤한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는 조직원, 그것을 용인하는 공권력, 인간의 나태함과 잔인함 등 영화 속에 현실의 요소들을 담아 관객에게 다양한 메세지를 던지고 있어 다시 한번 찾아볼 만한 영화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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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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