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청년실업이 국가적인 대재앙 수준이라는 발표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방 중소기업에서는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는 기업인들의 하소연을 들으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직원 채용이 힘든 분야는 주로 제조업 생산직 근로자들이다. 청년 구직자들이 지방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특히 기계를 이용해 금속재료를 가공하는 소위 뿌리산업에서 인력난은 극심하다 못해 기업인들이 자포자기 상태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면 대부분의 공장이 멈춰서야 하는 실정이다.

취업 못한 청년들이 넘쳐나는데 왜 생산직 근로자들의 구인난은 최악의 상황이 되었는가. 우선 젊은이들이 기계가 시끄럽게 돌아가고 먼지와 냄새가 나는 제조 공장에서 일하기를 기피하는데 원인이 있겠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보수 수준도 대기업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나가는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직원보다야 적겠지만 대략 월 200만-300만 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으니 국제적인 비교를 하더라도 아주 적다고 보기 어렵다. 대도시에 비해 열악한 근무환경이 지방 중소기업, 특히 제조업체에서 일하기를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고 보여진다.

충남도 전역에는 150여 곳에 달하는 산업단지에 기업 2500여 곳이 입주해 있다. 산업단지 외 개별적으로 설립된 제조공장도 5000여 곳 이상에 달한다. 지방 중소기업은 도시에서 몇 십㎞ 떨어진 읍면지역에 소재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근무하는 이들의 가장 큰 애로는 대중교통이 거의 없어서 출·퇴근이 어렵다는 점이다. 청년 구직자가 자동차를 운전하고 다닐 준비가 안 돼 있다면 지방 중소기업 근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에서 그 많은 산업단지와 개별 공장 소재지에 버스 등 대중교통 수단을 풍족하게 배치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운전을 못하는 청년들은 대중교통이 별로 없는 지방 중소기업에서 근무를 꺼리게 된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에서 18세 미만에게 자동차 운전면허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 도로교통법이 과연 현실적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또 20대 초반 청년 운전자들은 사고율이 높다는 이유로 비싼 보험료를 부담시켜 사실상 운전하기 힘들게 하는 현행 보험 제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방 중소기업에 청년들의 취업을 유인하려면 운전면허 취득 연령도 과감히 낮추고 중·고등학교에서 정규과목으로 운전을 가르쳐 고등학교 졸업 시점이면 누구나 능숙하게 차량을 운행할 수 있도록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방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게 여가와 자기계발 활동은 더욱 힘든 일이다. 지방의 공장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이 거의 없다. 머리를 식히고 친구들과 떠들며 놀 수 있는 깔끔한 카페나 놀이시설도 없다. 외국어 등 공부하려고 해도 그 흔한 학원도 찾기 어렵다. 지난 10여 년간 새로운 기업이 대거 유입된 충남 당진이나 서산 지역의 근로자들은 주말에 수도권 도시나 천안까지 와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회사 동료나 친구들과 어울려 놀 공간이 마땅치 않고 이성친구와 데이트할 기회를 갖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어느 정도 규모 있는 기업에서는 회사 내 괜찮은 메뉴를 제공하는 구내식당을 운영한다. 하지만 매일 삼시세끼를 구내식당 밥으로 채우려는 청년이 얼마나 되겠는가. 차라리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먹기를 더 원할지도 모른다. 구내식당이든 일반식당이든 판에 박은 한식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파스타나 스테이크 같은 서양 음식으로 바꿔 보는 것도 방법이다.

지방 중소기업에는 청년 취업자가 같이 일할 젊은 동료직원이 거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이 많은 아저씨들만 모여 있는 공장에 20대 청년이 취업해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또래 청년들과 어울려 일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어떤 기업인은 직원 채용 시기를 학생들의 방학 때로 맞춘다고 한다. 신입사원 입사 시점에 회사 임원이나 나이든 기존 직원들의 자녀를 아르바이트로 공장에서 일하게 하면 새로 입사한 청년이 한두 달이나마 어울려 같이 일하면서 회사에 적응해 조기에 퇴사하지 않고 계속 일하게 된다고 한다.

힘들었던 시대에 나고 자란 우리 시니어 세대들은 청년들의 생각과 희망사항을 모른 채 그들에게 그저 취업만을 권하고 있지 않을까.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들에게 금전적인 혜택을 주는 것도 좋은 방안이지만, 취업한 지역에 정착해 가정을 꾸리고 장기적으로 근무하게 하려면 돈보다는 근무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에 관심을 갖도록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고 본다. 나윤수 충남경제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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