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돈침대` 파문이 일면서 소비자들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라돈은 국제암연구센터(IARC) 지정 1급발암물질로 분류되지만, 상당 기간이 지나야 질환이 유발된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더해진다. 더군다나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거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피해구제가 채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터진 사건이기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고도산업사회의 대량생산, 대량판매, 대량소비라는 특성에 의해 소비자 피해가 날로 복잡해지고 집단화 되어진지 오래이다. 소비자가 제조물 등으로부터 입은 피해는 당사자 간 소송을 통해 구제받아야 하는데, 소비자의 열악한 지위 즉, 정보의 부족이라는 열등성이나 손해발생에 대한 증명의 곤란성 등에 의해 심각한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소비자권리`를 법체계상 어떻게 볼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특히 헌법상의 기본권에 이것을 포함시킬 지의 여부에 대한 논쟁과 직결된다. 이러한 논쟁이 이어지는 이유는 현행 헌법상 `소비자의 권리`를 기본권에 관한 부분에서 규정하지 않고, 경제질서에 관한 부분에서 규정하면서도 그 내용 또한 모호하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 제124조는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비자 규정을 헌법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입법적 방식은 소비자권리 가운데 단지 소비자보호운동만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게 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의 주체인 소비자의 소비행위를 국가에 의한 계도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문제가 내포돼있다.

그렇다면 현행 헌법의 기본권 조항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소비자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의 한 유형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인격권이나 생명권이 헌법에 열거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기본권성이 부정되지 않듯이, 비록 `소비자권리`가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소비자권리의 기본권성은 당연히 인정된다.

여야의 강경한 대치 국면 속에서 국회에서 개정 논의조차도 되지 못하였지만, 지난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발의한 헌법 개정안은 국가의 소비자권리 보장 의무와 소비자운동 보장 의무를 규정하고 있어, 소비자권리에 대한 바람직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소비자의 권리`를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현행 헌법에 내포되어 있던 모호성에 대한 논란을 불식시키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관련 조항을 여전히 경제에 관한 장(헌법 제10장)에 둠으로써 기본권성의 인정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재연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의 권리에 관한 조항을 기본권에 관한 장(헌법 제2장)에 편입시켜 소비자의 권리가 명실상부한 기본권으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오늘날 대기업의 시장지배적 경향은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의 세력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고, 정보 및 교섭력의 현격한 격차로 인해 소비자는 더 이상 경제주체로서 능동적 소비행위를 하기 어려운 상태임을 감안한다면, 헌법에 소비자의 권리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둘 필요가 있다.

계절이 바뀌어 봄이 오면 두터운 겨울옷을 갈아입듯이, 세월의 변천에 따라 법률도 끊임없이 제정과 개폐가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국가의 근본법인 헌법이 개정된 지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급변한 사회경제상황에 비추어 볼 때, 우리 헌법도 `87년 체제`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기본질서와 국가대계에 대한 개헌의 필요성을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지만, 권력구조 못지않게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손질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리 모두가 소비자로서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번 개헌에서 기본권으로서의 소비자권리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소비자들이 그 권리를 충실히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맹수석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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