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토피아

최근 대형 이슈로 등장한 미투(#MeToo)와 그 이전의 세월호, 촛불 사태 등을 관통하는 키 워드는 무엇일까. 대형 이슈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러나 이런 요인들 중 핵심 키 워드는 `균형(밸런스)상실`이라는 진단이 나와 눈길을 끈다.

최근 발간된 책 밸런스토피아에서 저자는 미투 문제의 경우, 가해자들의 추락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성과 감정, 육체와 정신의 균형 상실이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다고 봤다. 또한, 세월호 참사도 우선은 물리적인 구조 측면에서 배의 상층부만 증축하고 하부의 평형수 관리에 소홀해 배가 균형을 잃고 가라앉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리더십의 어처구니없는 난맥상을 드러낸 `박근혜 최순실 사태`(촛불사태)도 교훈은 비슷하다. 우리 헌법의 맹점인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됨으로써 `균형`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들 대형 사태가 우리 사회를 엄청난 충격과 혼란에 휩싸이게 했다는 점에서 거대한 `쓰나미`와 같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같은 `쓰나미`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밀려올 개연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서 갈수록 균열의 소리가 유달리 크고, 그 충격과 후유증이 `쓰나미`가 되어 우리를 덮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득의 극단화, 즉 불균형의 심화로 흙수저·금수저 논쟁이 계속되고 있고 청년실업,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등에서도 갈등이 심화하고 있으나 균형 잡힌 정책은 아득하기만 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우리의 유별난 이념갈등, 남남갈등, 세대갈등 등도 극단으로 치달으며 심각한 양상이고, 사생결단의 대립과 상식 이하의 언행이 곳곳에서 난무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처럼 사회의 각 분야에서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하다 침몰하고 불행을 겪는 관행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으나 우리는 이를 깨닫지 못하거나 개의치 않는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저자는 이 같은 불균형성의 심화는 언제, 무슨 사태를 부를지 모를 정도로 심각하며, 실상은 부정적인 속성의 거대한 `쓰나미`가 우리 속으로 파고든 지 오래라고 말한다. 그 예로, 우리나라가 불명예스러운 자살률 세계 1위를 10여 년째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는 개인과 사회의 심각한 균열이자 비극이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한국은 집단 자살 사회"라고 한탄한 사실을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고질병이 돼버린 저출산-고령화도 세계에서 유난히 극심한 상태로 사실상 오래된 쓰나미라고 설명한다.

이책은 저자가 다방면에 걸친 기자 취재활동과 뉴욕 특파원, 대학 강의 및 전문가적 연구 등을 통해 체득한 지식과 경험 등을 통합적으로 풀어낸 점이 눈에 띈다. 또한 책의 내용이 좀 더 피부에 와 닿게 하기 위해 주제와 연관성이 있는 국내외 문학작품 및 예능소스 등을 적절히 가미한 점도 특징이다.

저자는 "이 책이 인간의 삶을 건강하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사회운동으로 확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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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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