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가 연주에 집중해야 할 때 `페이지 터너(page turner)`가 옆에 함께 앉아있다면 한결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다. 복서가 큰 경기를 앞두고 있을 때 실전과 같은 훈련 상대가 되어주는 `스파링 파트너(sparring partner)`가 함께 한다면 사각의 링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파트너들은 `돕는` 전문가이다. 더 나아가 이야기하자면 잘 훈련된 50여명의 성악가들이 하나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대전시립합창단 단원들과 반주자, 더불어 트레이닝을 하는 지휘자, 그리고 그 공연을 기획하는 기획팀의 협업이 있어야 공연 하나가 탄생된다.

필자의 20대의 포지션은 `공연자`였다. 성악과 정통합창을 전공하고 뮤지컬과 공연예술기획전반을 공부하면서 여러 작품을 하다보니 어느새 나의 포지션은 공연자와 기획자 중간 쯤에 온 것 같다. 덕분에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는 재미가 삶의 기쁨을 더해준다. 돕는 것의 의미를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작품들이 있지만 특별히 지난달 대전시교육청의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인 `소리드림 뮤지컬단`의 오디션이 올해도 어김없이 실시됐다. 뮤지컬이 뭔지도 모르고 그저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좋아서 지원한 학생들 가운데, 최종 선발된 서른 명 남짓 안 되는 중학생들이 전문적으로 안무, 노래, 연기를 배운다. 그러면서 자기밖에 모르던 습관과 단점을 발견하고 타인의 장점을 존중하며 예술 공동체 생활을 통해 협업을 습득해 나간다. 파트너인 선생님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기까지 수개월간의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며 내가 돋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희생하고 인내하고 배려해야 멋진 무대가 완성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올해도 오디션에서 쭈뼛쭈뼛했던 아이들이 분명 실력을 겸비한 책임감 있는 연기, 춤, 노래로 당당히 무대라는 세상에 설 것이라 확신하며 기대가 된다.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의 `우리의 삶`에 나오는 구절이다. "우리는 혼자서가 아니라 둘이서 목적지를 향해 가리라/ 우리 둘이 서로를 알게 되면 모든 사람을 알게 되리라" 공연자와 파트너와의 협업은 노동시간을 단축시켜줄 뿐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도 되는 것이다. 김지선 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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