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다섯 명의 유권자가 있다. 그 중 한명은 선거에 관심이 없어 투표권을 포기했고, 네 명의 유권자는 특정 정당의 후보자 A를 부푼 마음으로 뽑았다. 세월이 지나 보니 믿었던 A가 무능하거나 부패하거나 부도덕한 것이 드러났다. 그 때 유권자들은 어떤 상황에 놓일까? 상상도 좋으나 이왕이면 체험한 과거가 더 생생하게 와 닿을 것이다. 기대와 결과의 불일치가 너무 큰 유권자들은 인지의 부조화 때문에 불편해진다. 그러면 어떤 유권자는 행동을 바꿀 것이다. 즉 다음에 투표할 때는 다른 당 후보자 또는 제대로 된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직접 겪어보았으니 당연히 변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다. 나머지 셋은 변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변하지 않는 이유가 제각각일 따름이다. 비록 실망은 했지만 인간관계나 사업관계상 다른 당으로 바꾸기에는 고통과 손실이 따르기 때문에 그대로 간다. 또 다른 유권자는 무능 또는 부패한 점은 인정하지만 이것만 제외하면 그래도 괜찮은 사람이니 열성팬처럼 지지를 계속한다. 마지막은 "존경하는 A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다. 무능하지도 부패하지도 않다"는 돌덩이 신념을 움켜쥐고 재판결과조차 부정한다. 그만큼 선거에는 역동적인 심리와 태도가 뒤범벅되어 있다.

그럼 투표권을 포기했던 사람이라면 떳떳해질까? 특히 투표를 하였다면 A의 당선을 막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을 때 A를 비난할 만큼 자유로울까? 여기서는 어떤 대응이 현명한 것인지의 논의는 제쳐두자. 우리의 관심사는 보통 때 정치 근처에 머무르지 않는 유권자들의 후보 선택을 도와 사전에 훌륭한 일꾼을 뽑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는 `유능한 투표자`, 풀어서 말한다면 현명한 투표권자가 되기를 바란다.

현명한 투표전략의 하나가 후보자들의 방송토론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것이다. 방송토론은 공정선거의 가늠자이다. 그릇은 울리는 소리로서 그 깊이를 알 듯, 후보자는 토론으로 그 사람의 수준을 알 수 있다. 토론을 통해 후보자들이 자신의 정치 비전을 제대로 호소하는지 그리고 인성이 올바른지를 집중해서 판단할 수 있다. 마침 대전·세종·충남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2014년 제6회 지방선거부터 `TV토론 아카데미`를 개최해 왔다. 카메라 적응훈련, 토론체험 등 실습교육과 선거방송토론의 이해, 이미지 메이킹 등 TV토론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 목적은 입후보예정자의 토론역량을 높여 결국 후보자들의 알권리가 신장되고 토론문화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정말 바람직한 정책이다.

선거방송토론의 시청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그럴듯한 말솜씨와 화려한 경력에 혼란을 느끼는 투표권자가 fake face을 가려내는 지혜를 터득하고자 한다면 말이다. 식견과 언변이 뛰어났으나 인성이나 정의감은 비례하지 않던 과거 사례는 부지기수가 아닌가. 아무쪼록 제7회 지방선거 후보자토론회가 내실 있게 진행되면 유창한 후보자가 아니라 검증된 후보자를 식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유능한 투표자가 되자. 이봉한 대전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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