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이 등장한 초창기엔 영화의 위기를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컴퓨터가 나오자 종이와 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쏟아졌다. 모두 섣부른 예측이었다. 디지털 기기로 정보를 습득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잡지시장이 금세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그리 정확하지는 않았다.

물론 역사 깊은 대형잡지의 몰락이 종종 나타나곤 해도 여전히 종이책은 건재하다. 전통 잡지의 쇠퇴는 디지털매체 속성의 영향도 있지만, 콘텐츠 흐름을 잡지 못한 무거운 발걸음 탓으로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이런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독립잡지`라 불리는 책들은 더욱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독립잡지는 주류잡지와는 다른 차별화된 내용을 다루면서 자본으로부터 비교적 독립을 하고 있는 잡지로 이해할 수 있다. 광고 의존보다는 독자의 헌신이나 충성도에 따라 운영되기에 편집권의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이런 잡지 중에는 전문성을 띤 수준 높은 편집을 보여주는 잡지들이 적지 않다.

대전에는 지역의 문화예술 정보를 비롯해 지역의 핫이슈를 다루는 월간 `토마토`가 있다. 지난 2007년 5월에 1호를 발간한 이후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이달로 어느새 발간 11년째를 맞았다. 이 잡지는 주로 지역의 문화예술 관심사로 채워진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우수콘텐츠 잡지로 선정된 것을 보더라도 잡지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기반 잡지를 10년 넘게 발행하고 있다는 점만으로 편집진은 박수를 받을 일이다. 무엇보다 중앙 중심의 문화예술 흐름에서 지역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뒤로 읽어도 똑같고, 겉과 속이 똑같은 이름이라서 그런지, 월간 `토마토`는 일 년 열 두 달 우리에게 참신하고 신선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지역에서 발행하는 잡지나 신문 하나 구독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지역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할 수 있다. "토마토 맛있어?" 이런 질문에 "먹어도 맛있고 읽어도 맛있어"라는 대답을 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지역문화를 만들어가는 힘은 더욱 강해지지 않을까. 정덕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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